집단 지성은 1910년대 하버드대학의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 그는 개미들이 집단을 이루어 협력할 때 각자 힘의 합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를 집단의 힘, 다수의 능력이라 정의하였다. 집단 지성의 근본 원리는 사회 속의 인간관계에서 개인들의 상호 관심과 소통, 이해와 배려를 통해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즉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개인을 넘어 집단 수준에서 함께 탐구하고 토론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일련의 활동 모두가 집단 지성의 발현 과정이다. 그래서 앤디 하그리브스는 합리적 의사결정의 힘을 조직의 전문적 자본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과거의 지식은 소수의 엘리트와 전문가들이 창조, 점유를 하고, 지식 축적 및 전달자인 교사는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수업이었다. 그러나 지식의 양이 방대하게 증가하는 현대의 교사는 집단 속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교실은 생명력이 넘치고, 교사와 학생 모두 지적 성취감으로 보람을 느끼는 장이 될 것이다. 학교가 당면하는 다양한 경영상의 문제해결 역시 학교장의 경험과 지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정의, 해결을 위한 정보, 해결에 필요한 협력 등은 학교장만이 아닌 다양한 학교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 다양한 학교 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될 때 구성원 모두의 사정이 고려되고 실천이 담보된 합리적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과연 집단 지성이 잘 활용되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의사결정의 경우를 예외로 두고라도, 비록 미약하더라도 구성원들의 다양한 시각과 경험, 지혜가 반영된 합리적인 대안이 개발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합리적인 대안은 많은 구성원들의 지지를 보장하고, 실천에 옮겨져 학교의 변화와 발전에 기여할 여지는 크다. 개별 구성원의 힘은 미약하나 그 힘이 모이면 어떤 힘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보다는 우리가 더 똑똑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런 집단 지성의 개발과 활용에 무심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집단 지성을 적극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집단 지성을 활발히 모으고 발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구성원(교수, 직원 등) 개개인이 가진 교육적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교수와 직원은 학교의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전문가로 각자 나름의 지혜와 경험(노하우와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대개 그것들을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발휘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그러한 문화가 구성원들의 인식 속에 뿌리박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타개하는 것이 절실하다.
둘째, 비공식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학교조직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교육조직 구조는 획일적이고 융통성이 결여되어 집단 지성의 발휘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공식 조직 형성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자발성이며, 자발성은 적극적 토론과 협의, 소통이 가능하다. 학교조직에서 집단 지성을 활성화하려면 비공식 조직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아울러 실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성원이면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일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보탤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 주어져야 한다.
셋째, 학교 리더는 변혁적 리더십, 배려와 섬김의 리더십을 지향해야 한다.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들이 다수의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건전한 갈등과 대립이 조직 발전의 활력소이자 기제로 작용하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집단 지성은 집단 구성원들의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성과 생각이 결합되고, 개인이 성취감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더욱 효과적이므로 구성원 개개인을 귀히 여기고 배려하며 섬기는 리더십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경쟁 중심의 획일적 교육을 지양하고 구성원 개인이 갖는 재능을 계발하는 교육제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양적 성과 만능주의와 경쟁적 시스템은 협력보다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팽배를 야기했다. 성과연봉제, 업적평가제 등이 조직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제는 교육, 학생지도까지도 경쟁 속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이는 학교 조직의 집단 지성을 억압하는 아주 나쁜 발상들이다. 교육이나 학교 경영의 방향이 양적 성과에 집중되어 경쟁을 조장하는 것으로 흐른다면, 교육 및 사회의 집단 지성의 형성과 발전을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학교 교육에서 집단 지성이 발현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간단하지 않다. 학교의 리더는 집단 지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려 노력할 것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의 대학 운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대학이 자존감을 가지고 구성원들의 경험과 지혜를 아끼는 경영을 해 나간다면, 구성원들은 토론과 협력을 통해 학교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대학은 교사 양성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사회의 잠재적 집단 지성의 요람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