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사건이 급증하면서 관련 피해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취업·아르바이트 제안을 믿고 현지로 향했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조직에 감금된 채 폭행과 고문을 당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에만 실종 의심 신고가 수백 건에 이르자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지난 10월 16일 캄보디아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며 피해 확산 방지에 나섰다. 이번 513호 사회면에서는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캄보디아 납치 사건의 현황과 문제점을 톺아보고자 한다.
◇ 캄보디아서 실종되는 청년들 … 현 상황은 어디에
경찰청과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5일까지 접수된 한국인 실종 의심 신고는 541건에 달한다. 이 중 237건은 미귀국 상태, 167건은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난 8월, 캄보디아에 체류 중이던 20대 대학생이 고문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그는 같은 학교 선배의 소개로 지난 7월 17일 캄보디아에 현지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출국했으나 약 3주 뒤인 8월 8일 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었다.
한편, 청년들이 캄보디아로 유입되는 데에는 현지에서 제시되는 고수익 일자리 제안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개발직 ▲마케팅 ▲아르바이트 등의 구직 사이트를 통해 채용 제안을 받고 출국했다. 타 언론사 인터뷰에 따르면 한 피해자는 “캄보디아에서 간판 디자인 일을 하면 월 300만~3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갔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압수당하고 감금되어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 불법 행위에 강제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피해자들이 범죄 조직에 투입되기 때문에 피해 신고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납치된 피해자들이 사기 조직에 가담했다가 도망쳐 온 것 때문에 본인의 범죄가 연루될까봐 신고를 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고수익 아르바이트’ 외에도 납치 피해자에게 다른 사람을 유인해 오면 풀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지인을 끌어들이게 만드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 정부, 캄보디아 관련 총력 대응 가동 … 초기 대응 미흡 지적도 있어
정부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피해가 급증하자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11일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지시했고 외교부는 10월 16일 0시부터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는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시하누크빌주는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내리는 등의 조치를 했다. 이러한 정부와 경찰의 노력에 11월 초 54명의 캄보디아 범죄조직원을 검거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또한 경찰청은 11월 10일 캄보디아 현지 경찰청에 ‘코리아 전담반’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관이 공동 근무하는 24시간 대응 기구로, 한국인 관련 사건의 수사와 구조 활동을 전담 처리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과거 방송과 언론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를 다뤘음에도 본격적인 대응이 2025년에야 이루어졌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이미 2023년 7월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BJ 사망사건’에 대해 다룬 적이 있으며 많은 언론에서도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실태를 파헤친 바 있지만 2025년에야 정부의 대응이 이루어진 것이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월 10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이하 훈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훈 총리는 초국가범죄 척결을 위해 캄보디아 정부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범죄 근절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가 협조적 태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의 개입이 있더라도 범죄 조직의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개입이 범죄 단지 관리자나 총책의 통제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범죄 단지의 폐쇄로 이어지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처럼 대학생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아르바이트 유인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학교 차원의 예방 교육과 안전에 대한 개인의 경각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국가 ▲개인 ▲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사회의 안전이 지켜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