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대학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소위 ‘미래’도서관 관련 논의가 그것이다. 지난 총장선거 과정에서 처음 제기되었던 ‘미래’도서관 문제는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책정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모든 정책 추진에 반드시 필요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비민주적 정책 추진과 예상되는 막대한 소요예산과 관련하여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우리 대학의 정책 추진이 어쩌다가 즉흥과 독선의 장이 되어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학내의 여러 논란에 직면하여 얼마 전 총장은 뒤늦게 “교수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미래’도서관 건립 논의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했지만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상황 자체의 위중함에 비해 그것을 바라보는 총장의 시각과 태도가 너무 안이하고 독선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무엇보다도 ‘미래’도서관 논의의 전 과정은 과거에 경험했던 권위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무릇 민주사회에서 모든 정책은 구성원들의 합의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미래’도서관의 건립은 장차 우리 대학의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 과정에서 민주적, 합리적 절차가 빠져 있다.

둘째, 시일이 촉박하다는 구실로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라는 당연한 절차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았다. 공청회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토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른바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이러한 최소한의 기본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미리 정해놓은 입지의 장점을 선전하기 위한 홍보행사에 불과했다.

셋째, ‘미래’도서관 건립 추진은 도서관의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관을 “품위” 있게 만드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건물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우리 대학의 도서관은 현재로도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규모를 넘어서 있으며, 최근의 대학도서관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수십 년 된 수목에 둘러싸인 이런 도서관은 결코 “캠퍼스의 흉물”이 아니다.

넷째, 학생회관과 기존 도서관 사이의 청람대로를 폐쇄하고 잔디광장을 잠식하려는 현재의 입지대로라면 ‘미래’도서관은 우리 대학 전체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게 될 것이다. 언젠가 우리 대학의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구성원들의 총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나중에 도로가 개설될 것이라는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도시계획에 우리 대학의 장래를 걸 수는 없다. 대학이란 사업적, 정치적 투기의 장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의 장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점 외에도 ‘미래’도서관 건립 계획은 장차 우리 대학의 재정운용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 계획은 건축비 이외의 추가적인 재정수요에 관한 실현가능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향후 대학재정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대학 자체의 대응자금, 우회도로 개설비, 지하공동구 이설비, 기존 도서관 활용비, 완공 후 물적 콘텐츠 구축비, 운영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비, 통상적인 시설 유지ㆍ관리ㆍ보수비 등을 포함하는 막대한 비용은 우리 대학의 재정 규모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아, 자칫 ‘미래’도서관이 ‘미래부담’도서관이 될 위험이 크다.

민주사회에서는 최고 운영자 한 사람에 의해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어서도 안 되며,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에서도 구성원들 사이의 민주적 합의 절차가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미래’도서관은 시행 설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의 독단적,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합리적 절차에 따라 쟁점사항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단순한 간담회 수준을 넘어 대학 구성원의 총의를 물어보는 자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겨날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밀어붙인 총장과 교무위원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