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3. 11. 11

IT기술의 발달은 정보유통의 흐름을 수직적인 흐름에서 수평적인 흐름으로 돌려놓았고 정보의 통제로 인한 권위의 생성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민주주의가 세계의 보편적 지배원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지식과 기술의 세계적 표준화가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권위주의의 입지는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교육의 현장이나 대학사회에서도 ‘탈권위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공동체는 교사-학생 간 수평적인 협력 체제를 강조함으로써 권위주의에 기대지 않고 교육의 질을 강화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설득력을 얻기도 하며, ‘섬기는 리더십’을 내세우는 대학의 총장이나 교수들도 접하게 된다.

우리대학에서 권위와 권위주의의 모습은 어떻게 드러나며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청산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먼저 권위와 권위주의의 구분이 필요하다. 권위는 한 개인이나 조직이 사회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며 구성원들에게 인정받는 정당한 권력이다. 반면 권위주의는 직위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인정하라고 강요한다. 이를 위해 명령과 복종의 위계질서를 중시하며, 권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거나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직위를 통해 권력이나 명예를 획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수의 권위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룩한 연구업적을 바탕으로 연구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또 얼마나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실은 학문창조의 공간으로 만들고, 강의실은 지식을 전수하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우며 열띤 토론을 벌이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때, 교수의 권위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교수가 학생들의 지각, 결석, 과제제출 기한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자신은 수업시간에 자주 지각하거나 휴강을 한다면 학생들로부터 그 권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권위는 자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품, 행동, 능력으로 인해 서는 것이다.

대학의 운영과 관련하여 교수와 행정직원의 입장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수는 수평적 인간관계에 비중을 두어 자율과 민주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행정직원은 권한과 책임의 위계를 중시하고 능률과 효율을 추구함으로써 서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다. 이는 두 집단이 추구하고 수행하는 일의 성격과 가치의 다름에 기인하는 것으로, 각자의 고유한 직무의 차이를 알고 서로의 권위를 인정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입생이나 후배를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의 자율과 인권이 침해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이는 뿌리 뽑아야 할 잘못된 권위주의 전통이다. 선배라는 권위를 내세워 획일적 위계질서를 세우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 대학은 합리적 이성인을 양성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 후배 사이에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필요하다. 그러므로 합리적 토론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선, 후배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새로이 정립해나가야 한다.

우리가 권위를 따르는 경우는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때이다. 누군가 맹목적으로 나에게 복종을 강요한다고 하더라도 그 권위를 따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서야 권위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권위만 인정할 것을 강요하는 권위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건강한 권위마저 깨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직위에 따른 고유한 권위는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권위는 원칙과 합리적인 기준에 바탕을 두었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