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6일에 우리 대학 제9대 총장 임용 후보자를 정하는 선거가 있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소개된 것처럼, 제2대학의 김주성 교수가 2차 투표에서 51.33%로 과반의 지지를 얻어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로 결정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조용하게 치러진 선거였지만,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컸던, 그래서 관심과 기대가 뜨거웠던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컸던 이유는 우리 대학이 최근 여러 국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대학은 기획력 부족으로 인해 대학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사업에서 탈락하는 낭패를 경험한 바 있다. 정부에서는 예외 없는 기준 적용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대학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점점 줄고 있으며,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부와 대학원의 지원율도 점차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대학 본부와의 소통 부재로 인해 어떠한 대책이 어떠한 방식으로 마련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를 선정하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어떠한 인식과 자세로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기대와 관심이 컸던 것이다. 선거 이전에 모든 후보자에게 분산되었던 기대와 관심은 이제 오로지 한 명의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에게 쏠리게 되었다.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그 기대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를 이 자리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합리적인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1세기는 합리적인 소통이 강조되는 때다. 구성원과 합리적인 소통을 시도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었던 독재의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러므로 차기 총장은 대학 본부의 폐쇄된 공간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만을 선별하여 듣는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거친 비판까지도 충분히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 소통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크고 작은 갈등을 조정하면서 결집된 힘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우리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응집력 있는 힘을 모으기 어려운데, 우리 대학은 규모가 크지 않아 매우 작은 갈등조차도 크게 확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차기 총장은 합리적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갈등을 중재하고 더 나아가 협력을 이끌어내어 우리 대학의 성공적인 발전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합리적인 소통의 리더십은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을 끌어안는 포용의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라는 제도가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대학의 이번 선거는 ‘승리’라는 말로 표현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같이 힘을 모아야 할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탄 협력자이자 서로 소통해야 할 동반자이다. 그러므로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는 선거의 결과만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발전을 힘 있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결집된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료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가 지금껏 대학 본부를 향해 민주적인 절차를 지켜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다시 민주적 절차를 언급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가 외쳤던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되새겨 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반성적인 태도로 우리 대학의 행정을 이끌어간다면 우리 대학을 더욱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적인 절차는 의사 결정과 정책 시행의 바탕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덕목이므로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의 역량을 최고로 강화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대학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를 적확하게 판단해서 그 힘을 더욱 키워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그간 우리 대학 교수들이 소진해 버렸다고 자조해 온 자존감을 회복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존감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우리 대학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기 어렵다. 우리 대학 역량의 중추를 이루는 교수들이 자존감이 낮은 한, 그래서 이 학교를 떠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사는 한 우리 대학의 발전은 요원하다. 차기 총장 임용 후보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처럼, 다시 학교를 세운다는 심정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