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교육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이는 지난 8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의 주제였다. 이 토론회는 현재 교과부에서 2조 2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이른바 교육정보화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자료를 보면 그 동안 추진해왔던 스마트 교육의 현실 앞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응답한 1,104명의 중고교생 중 사이버 가정학습을 매주 1~7회씩 이용한다는 학생은 54명(4.9%)에 불과했고,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4,011명 중 938명(23.4%)에 그쳤다고 한다. e-교과서의 경우는 더 충격적이다. 1,104명의 중고교생 중 e-교과서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24명(2.2%)에 불과했으며,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4,570명 중 786명(17.2%)에 그쳤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에듀넷은 파리를 날리고, e-교과서 CD는 학생들이 비행접시로 날리고 있다”라는 말을 단순한 수사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교과부는 교육정보화 사업에 지난 8년간 총 1,96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스마트 교육은 교과부의 말대로‘리셋’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시‘포맷’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스마트 교육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현재 우리 대학에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 교육 사업을 돌아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스마트 교육 사업은 현 총장이 임용후보자 선거과정에서 내걸었던 공약사항으로 대학구성원들 사이의 논의과정이 없이 입안된 것이다. 현재 스마트 교육 사업은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본부는 이 사업에 많은 대학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스마트 교육 사업은 전임 총장 임기 중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추진되었던‘교실친화적 교사 양성 사업’ (이하 교실친화 사업)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교실친화 사업은 과연 그것이 무엇인가라는 초보적인 질문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4년 내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업에 우리 대학의 에너지가 과도하게 낭비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많은 교수들은 스마트 교육 사업 역시 교실친화 사업과 같은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 토론회 자료에서 드러난 대로, 스마트 교육은 제대로 된 연구와 검증 작업을 생략한 채, 그리고 교육현장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소수 정책결정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육의 철학과 방법이 함께 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이론과 실천의 영역에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많은 교수들은 우리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교육 사업이 연구와 검증 절차 없이,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채 무작정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의 교실친화 사업은 우리 대학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 채 전임 총장의 퇴임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 교육 사업이 교실친화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그 현주소를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다시 묻는다. 스마트 교육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단계에서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면, 또 다시 실체 없는 일에 학교의 에너지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