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개교 이래 교육의 메카로서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대학의 위상은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소양과 교육의식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는 역할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 우리 대학이 임용 시험과목에 해당되지 않는 교양강의도 교육과정의 핵심요소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임용 시험 합격을 위한 지식’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우리 대학을 점차로 압박해 오고 있다. 어느 새 우리 대학의 학부 강의 수강신청에서 임용 시험 관련 강좌가 전공 필수 과목만큼 최우선 순위에 놓이게 되었고, 교사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양 과목도 임용 시험에 당장 필요가 없거나 임용 시험과 연관이 없는 경우에는 폐강의 위기에 처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 지표로 삼아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행하려고 했던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알기로 적어도 선진국의 경우에는 교원양성대학의 취업률을 그 대학 혹은 특정 학과의 구조조정이나 예산지원의 주요 지표로 삼는 나라는 없다. 교원양성대학은 바로 그 국가의 교육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올해 임용 시험 합격자와 합격률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학내에 부쩍 눈에 띈다. 물론 임용 시험에 합격한 졸업생들의 노력의 결실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한 졸업생들보다도 합격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졸업생들 역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이들에게도 반드시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기 때문에 이들도 진정으로 격려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이 임용 시험 합격자 배출소로 변모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임용 시험 합격률을 결정하는 곳은 사실상 대학이 아니라 정부이며, 그러므로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도 정부에 있다. 정부가 교육 정책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 대학만이라도 임용 시험을 위한 지식을 기계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하기보다는 교사로서의 삶에 필요한 기본 철학을 배우고 이를 위한 핵심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 인간의 감수성의 큰 윤곽은 젊은 시절에 그려지며, 그 틀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감수성은 10대와 20대 교육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에서 교육은 매우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고,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 대학은 국내의 다른 어떤 대학보다도 미래를 보는 혜안과 현실을 이끄는 역동성을 교육의 비전으로 가져야 하며, 세계 속에서 경쟁 상대를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대학은 우리나라 교육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도화지이자 모든 교육 생태계의 아이디어 저수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물론 임용 시험 합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임용 시험 합격률도 좋아야 한다. 당장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임용 시험 합격일 터이니, 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교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이 임용 시험 합격만을 목표로 삼는 합격자 양성소로 전락할 때, 그 결과 학생들이 임용 시험에 쫓겨 고전이나 문학작품, 또는 연극이나 영화를 즐길 여유도 갖지 못하게 될 때,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아파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유 능력을 기를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될 때, 결국 우리 대학의 역량과 정체성, 나아가서 21세기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우리 대학의 생명력은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이러한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다면, 임용 시험에 합격해서 교육현장으로 진출한다고 한들, 여느 교사와 얼마나 다를 것이며, 우리 대학 졸업생으로서의 우수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우리 대학 학생들이 균형 잡힌 교육을 통해 교육적 양식과 비판 정신을 길러 우리나라 교육의 튼튼한 뿌리가 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21세기 대한민국 교육의 나무는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 대학의 후퇴는 시작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