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18, 19세기에는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을 뜻했다. 문화의 의미는 그 후 개인이나 사회가 속한 상위 집단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을 통한 변화 과정을 의미하기도 했고, 결국 20세기에는 인간집단에서 만들어지는 유형, 무형의 형식을 의미하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문화를 통하여 구성원들은 상징체계를 공유할 수 있고, 독특한 경험과 창의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으며, 다른 집단과 명확히 구별되는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집단이 자기만의 문화를 갖게 되는 과정에는 분명 모방의 단계와 이에 따르는 문화적 동질화 단계 또는 독특한 문화의 창조를 위한 이탈의 단계가 있을 것이며 최종적으로 새로운 문화의 발달과 성숙단계가 있을 것이다.

   문화는 유전적(태생적), 본능적, 자동적 형식이 아니라, 공유된 지향점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생산되는 형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대학의 문화를 생각해 보자. 하지만 즉시 떠오르는 것이 없다. ‘민족교육의 정예 지도자 양성, 교육 발전의 견인차 역할, 국가 발전과 인류에 공헌’, 이 세 가지가 우리대학 교육이념의 지향점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라오게 되는 우리대학의 문화적 단서는 무엇인가?

   2014년 우리대학은 설립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공자는 사람 나이 서른이면 자립하였다는 뜻으로 삼십이립(三十而立), 곧 학문이나 견문이 일가를 이루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만 서른이 되는 우리대학은 외형적으로 성인의 골격을 거의 갖추었다 할 수 있다. 우리대학은 우리나라 교육계에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을 갖춘 교원종합대학교이자 교사연수의 메카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대학의 교육이념이 성취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외형적, 대외적 위상으로 보면 우리대학은 제2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외형과 외부에 의해 조성된 기회가 저절로 우리대학의 도약과 중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잘 만들어진 우리대학만의 문화, 곧 공통의 이념을 지향하는 집단지성이 이루는 유-무형의 형식이 있어야만 그것으로부터 우리대학의 교육이념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단기적 발전이 아닌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우리대학은 아직 문화가 정립되기 이전인 모방이나 동질화 단계에서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제는 지금까지 이룬 외형과 위상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만의 문화를 발견하고 정립시키고 계승하여 우리대학의 학생, 동문, 교직원, 가족들이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단계로 이행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만의 문화를 발견하고 정립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리만의 문화를 정립시킬 수 있는 유리한 조건들은 의외로 많다. 우리대학의 사제관계, 학우관계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미래의 완성된 교육자를 만들어낼 능력을 지닌 교수진, 사도교육원에서의 공동생활과 자치활동, 부모로부터 이른 독립에 따르는 책임감과 절제 등 우리학생들의 환경은 다른 대학교의 학생들로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것들이다. 최근 우리대학은 (특히 사도교육원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극대화하는 다각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학문적 갈증을 채워주고, 절제의 미덕을 터득하도록 도와주는 일의 교육적 가치가 자유로운 생활의 극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보다 훨씬 크고 귀중하다. 자유로운 정신과 신체, 이것은 좋은 문화를 이룩하는 토대가 된다. 우리대학이 순수함, 건강함, 쾌활함, 겸손, 배려, 균형, 자부심, 인내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우리대학만의 문화를 본격적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해야 할 시기이며, 이러한 일은 우리들 모두의 공감대와 참여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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