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완공된 새로운 사도교육원(생활관)은 예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하고 있다. 빨간 벽돌 건물 대신, 회색의 새로운 건물과 싱그러운 잔디밭이 펼쳐지고, 그 앞에는 막 심은 어린 감나무가 자리 잡았다. 계절이 흐르면 감나무는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으며 학생들의 사계절을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예전의 기숙사 건물에서 나온 벽돌로 만든 네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 네 개의 의자는 단순한 휴식용 시설물이 아니다. 과거 우리 대학에 존재했던 네 개 동의 생활관을 의미한다. 수많은 학생의 청춘이 깃든 네 동의 건물은 이제 자취를 감췄지만, 그 흔적은 의자의 모습으로 새 생활관 앞에 남았다. 오늘의 학생들이 그 의자에 앉는 순간, 과거의 생활관에서 지내온 선배들의 삶과 추억이 보이지 않게 이어진다.
이제 생활관은 다정관과 다감관이라는 두 개 동으로 새롭게 지어졌다. 변화는 공간의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과거의 분산된 기억을 하나의 공동체적 울림으로 모으는 과정이었다. 네 개의 의자가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면, 두 개의 새로운 건물은 미래의 생활을 준비하게 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 생활하면서도, 잔디밭과 감나무, 그리고 벽돌 의자에 스며든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이어진 자신들의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생활관은 특히 1‧2학년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의무적으로 입사해야 하기에 기숙사는 대학 생활의 첫 무대이자 공동체의 교실이다. 낯선 독립의 설렘, 룸메이트와의 갈등과 화해, 밤샘 대화와 웃음의 기억이 모두 생활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익어간다. 그런 점에서 옛 벽돌이 다시 의자로 태어난 것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교육의 철학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되새기게 하는 작은 기념비다.
특히 우리 대학이 교원양성기관이라는 점에서 이 풍경은 더욱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 생활관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미래의 교사들이 공동체 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협동과 배려를 배우는 장이다. 벽돌 의자와 감나무는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세대를 품어내는 교육의 상징이며, 훗날 이곳에서 배운 가치가 학생들을 통해 교실과 학교, 더 넓은 사회로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생활관은 현대적이고 편리하다. 그러나 그 앞에 놓인 네 개의 의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발전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품을 때 완성된다는 것이다. 잔디밭 위 감나무의 그늘 아래, 네 개의 의자와 두 개의 새로운 동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상징으로 서 있다.
앞으로 감나무가 자라 그늘을 드리우고, 의자 위에 학생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우리 대학의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다. 언젠가 이 감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을 때쯤이면, 지금의 신입생들은 이미 졸업해 교사가 되어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추억은 벽돌과 나무, 잔디와 함께 후배들의 삶 속에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도 공간은 기억을 품고, 기억은 다시 교육의 정신으로 살아난다.
생활관 앞의 풍경은 우리 대학이 어떤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지 잘 보여준다. 단순히 편리한 시설을 넘어, 학생들의 삶과 역사를 담아내는 공간, 세대를 잇는 이야기의 무대가 바로 대학의 진정한 얼굴이다. 교원양성기관으로서 우리 대학은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미래의 교사들에게 추억과 성찰, 그리고 교육의 가치를 심어주어야 한다. 학생들은 그 의자에 앉아 과거의 숨결을 느끼며, 미래의 교실을 준비하는 마음을 키워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