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실은 인공지능(AI)의 급진적인 발전 앞에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학습 시스템, 자동 평가 프로그램, 학습 데이터 분석 등 AI는 이미 교육의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거나 실험되고 있다. 그러니 (예비) 교사는 “AI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밖에 없다.

영화 <스탠드 업 (Stand and Deliver, 1988)>에서 교사 에스칼란테는 불리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 가나스(Ganas)만 있다면 못 해낼 일이 없다고 격려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일깨운다. 이때 가나스는 스페인어로 승리하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의미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육의 본질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고, 학생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가능성과 의지를 깨워 주는 데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영화를 언급하는 까닭은, 학생의 잠재력을 북돋는 일은 AI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힘들어하는 학생의 눈빛이나 말투 변화를 읽어내고 적절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것, 이것 또한 인간 교사의 고유한 역할이다. 아무리 ChatGPT가 상담을 잘 제공한다고 해도 내 감정까지 달래 주는 마음 맞는 친구가 될 수 없듯이 말이다.

물론 AI가 지닌 강점도 분명하다. 특히 효율성 측면에서 AI는 교육에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와 학습 패턴을 분석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도 있다. 교사가 여러 학생을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웠던 반복 훈련이나 취약점 보완 등에서는 AI가 탁월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행정 및 평가 업무에 투입되는 교사의 시간과 에너지를 상당 부분 절감해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교사는 학생과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존재라는 점이다. 인격체로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고, 희망과 동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야말로 교사의 역할이다. AI가 수만 번의 인정을 해 준다고 해도, 교사의 진심 어린 칭찬 한마디에 견줄 수는 없다. 교사는 학생들과 감정을 교류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 가치도 함께 나눈다. 교실에서는 협력과 갈등 해결 과정을 통해 미래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중요한 학습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요구되는 것은 고도의 공감 능력과 도덕적 판단이다. AI가 사람들 사이의 복잡한 맥락과 미묘한 감정 흐름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교사의 현명하고도 따뜻한 개입이 없으면 교실은 인성 교육의 장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AI는 교육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돕는 수단일 뿐이며, 그 기술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교사다. 그러므로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필자의 답은 단호하게 아니다이다. 오히려 AI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교사의 인간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 시대는 교사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예비) 교사는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되, 자신의 교육 철학과 인간적 통찰력을 끊임없이 다듬어서 한층 발전된 교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든, 학생들의 꿈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가나스(Ganas)’를 북돋아 주는 일만큼은 언제나 교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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