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우리 학교 주위에는 암석이 없다. 처음 임용되고 나서 학부 강의 실습을 위하여 학교 주위에 암석이 노출된 곳(‘노두’라고 부른다)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내가 찾아냈던 가장 가까운 노두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할 수 있는 미호강변 인근 도로에 있었는데, 주위에 대형 트럭이 자주 다녀서 강의에 활용하는 것은 포기했다. 결국 학생들의 야외실습은 증평에 있는 리조트 인근 노두를 찾아내면서 해결되었지만, ‘왜 학교 인근에 노두가 없을까’라는 의문이 마음속에 남아있었고, 가끔씩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가장 처음으로 생각했던 원인은 우리 학교가 위치한 인근의 암석이 풍화에 약해서 노출된 부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생각은 수타리봉까지 올라가도 노두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떠올리게 되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지질도 서비스에 따르면 우리 학교가 위치한 지역 인근의 암석은 비교적 결정의 크기가 작은 화강암이라고 되어 있고, 내가 발견했던 미호강변 인근 노두는 높은 열과 암석으로 변성된 암석인 편마암이었다. 화강암과 편마암은 광물조성이나 화학조성은 대동소이하지만, 결정의 크기가 작으면 풍화에 더 약할 수도 있다. 이 생각이 조금 더 진전되었던 것은 호연광장 공사 덕분이다. 호연광장 공사 당시 땅을 파면서 일부 기반암 조각들이 노출된 것을 알게 되었다. 몇 조각을 주워와서 관찰해보니 결정의 크기가 작은 것은 맞지만, 화강암과 조성이 조금 다른 암석이어서 편마암보다 풍화에 약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학교 인근의 암석이 풍화에 약해서 노출된 암석들이 이미 풍화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번째로 생각한 원인은 우리 학교 주변 환경은 노출된 암석이 토양에 묻히기 쉽다는 것이다. 노두를 찾느라 학교 주위를 돌아다닐 때 우리 학교 주위에는 논이 많다는 것 또한 관찰할 수 있었다. 하천 인근에 토양으로 구성된 너른 평원이 있으므로 우리 학교 인근은 범람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범람원은 주변 하천에 의해 범람이 일어나는 평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원에 쌓인 토양은 풍화에 의해서도 형성되겠지만, 하천이 범람하면서 운반 중이던 입자들이 범람이 잦아들 때 인근 평원에 퇴적되어 형성된다. 범람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 지역에 노출되어 있던 암석들이 매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학교 인근 지역이 미호강의 잦은 범람으로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범람원이라는 것은 작년에 일어난 침수로도 확인되며, 거꾸로 이 지역은 작년과 같은 홍수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 인근 지역은 범람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인 만큼, 홍수 예방 대책을 확실히 마련해두어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 학교 인근에 암석이 노출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첫째, 이 지역이 풍화되기 쉬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둘째, 하천의 범람에 의해 노출된 암석들이 매몰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야외실습 경험이 많을수록 유익한 분야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교 주변에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는 현장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애초에 이곳은 지표에 암석이 노출되기 힘든 조건이었고, 이는 사람이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연구 분야가 아닌 일상에서 전공지식을 활용하여 의문을 해결했다는 소소한 재미로 만족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