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개성과 다양성이 넘쳐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더 이상 모두가 같은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과 문화를 소비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회-대중문화에서 주류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유행을 따르는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 즉 이분법적인 구분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무한한 양의 빅데이터를 통해 각자의 입맛에 맞는 선택적 문화 소비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천편일률적인 문화에 대한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이 개인 맞춤형 추천을 통해 문화 소비를 지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와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도태되거나 촌스럽다고 치부되는 것이 아닌, 그저 각자의 개성으로서 다름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다른 영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외적인 취향이나 스타일의 다양성은 분명히 확대되었지만, 가정과 학교 같은 1차 사회에서 개인의 내면적 개성이나 진정한 자아 탐구가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을 단순한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들의 내면보다는 직업, 연봉, 외형적 성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에는 혈액형, 현재는 MBTI라는 간단한 분류 방법으로 사람을 설명하거나, 상견례 자리에서조차 직업과 경제적 조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적 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내면적 다양성이 인정받기보다는 여전히 획일적 평가와 사회적 틀이 우세한 현실은 진정한 개성과 자아 성장을 위한 환경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SNS상에서만 개성과 다양성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가 1차 사회화 기관으로서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역할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입시와 성적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육과정은 개정에 개정을 거듭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큰 변화는 느낄 수 없다. 여전히 교육의 목적이 올바른 한 사람의 양성을 위한 수많은 활동들의 향연과 집합이 아닌 상급학교 입시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교과목과 활동들은 학생들을 좋은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줄을 세우는 게 아닌, 스스로의 삶을 학생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양분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고 그 문화에 대한 여러 산물로서 교육 또한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교육이 문화를 만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교육의 힘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문젯거리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 문제는 내가 나로서 살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삶의 잣대가 내 잣대가 아닌 외부로부터 오기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순히 학생 개인의 성장을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가고 그 추세가 쉽게 나아지지 않을 미래를 생각할 때, 지금이 교육에 변화를 줄, 좋은 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