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월부터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서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서책형 교과서의 학습 내용에 AI 기반의 코스웨어(Courseware·교육형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새로운 교과서다.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다. 이상적인 비전 아래 학습자는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풍부한 데이터를 가진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함으로써 높은 흥미도를 가지고 맞춤 학습에 참여하게 된다. 11 맞춤 교육이 실현되는 교육개혁을 위하여 보조교사로써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라는 혁신적인 변화 속에 교육부가 그리는 교사상은 학습 디자이너”, “사회·정서적 역량 관리자(High-Toucher)”이다. 개별 학생의 발달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디자인하고, 사회·정서적으로 조력하는 교사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러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서 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교사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점들을 짚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점 중의 하나는 AI 디지털교과서와 교사의 역할이 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제공해 주는 자료에 의존하고, AI 디지털교과서의 다양한 기능을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학습자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이다. 교사가 AI를 보조교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와는 반대로, AI 디지털교과서-학습자의 상호작용이 주()가 되고, 교사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주변적인 객()의 역할을 가지게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두 번째 우려는 AI 디지털교과서의 활용이 교사에게 추가적인 형태의 노동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통한 11 맞춤 교육이 의미하는 바는 보조 기술 활용을 통하여 학습자 개별 특성을 고려한 교사-학생의 11 맞춤 교육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교사는 문제출제와 채점과 같은 노동의 시간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기기 사용 여부는 별도로 교사에게 많은 학생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여 11 맞춤 학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다른 형태로 더 심화된 노동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진정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11 맞춤 수업을 위해서는 보조기기의 도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일 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교사의 역할의 변화가 요구되지만, 평가의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통하여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교육을 중점으로 둔다. 단순한 기억과 이해와 같은 기본적인 학습경험은 적응적(adaptive learning) 학습을 제공할 수 있는 하이테크인 AI 디지털교과서가 담당하고, 고차원적인 적용, 분석, 평가, 창조와 같은 학습경험은 하이터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가 체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억과 이해 영역이다.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인 기억과 이해 영역을 AI 기술이 담당하고 평가에서 덜 중요한 적용과 창조와 같은 영역을 교사가 담당한다면, 현실적으로 중요성은 AI 기술이 클 수밖에 없다. 교수학습 방향과 평가 방향의 차이로 인하여 교사의 하이터쳐(High Toucher)로서의 역할이 의미 있게 확립되지 못하고, 실질적인 창의적 학습의 장이 펼쳐지는 교육개혁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성과 효율성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활용이 제공해 줄 수 있는 11 맞춤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라는 기술 도입만을 통해서는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다가오는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의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AI 디지털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에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에 따른 교사가 가질 수 있는 우려들이 해소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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