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연 임동식 작가가 있다. 그는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60여 년간 자연을 탐구하고 성찰했으며 도시를 떠나서 퍼포먼스, 공동체 미술, 회화 등 폭넓은 예술 행보를 이어왔다. 또한 그의 친구인 우평남과의 만남은 미술과 삶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로 방송에서 조명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은 기후 위기와 생태계의 변화를 맞이한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작가는 1981년 ‘야투(野投: 들로 던진다)-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설립하고 당시 금강 변에 자란 풀잎으로 몸을 동여매고 백사장으로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태초 자연으로 돌아가 원초적인 생명력을 느끼고 또 그 해방감을 행위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일련의 활동은 현재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로 이어졌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작가들이 함께 생활하며 자연 속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어린이와 일반시민들도 참여 관람하는 행사로 확장되었다. 자연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작가는 독일 유학 후 귀국하여 공주 원골마을에 정착했다. 도시가 아닌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교감하며 작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미술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온 우평남을 만나게 된다. 야산에서 버섯을 채집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친구는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하고 그리도록 했는데 이것이 <친구가 권유한 풍경> 회화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친구의 시선을 따라 본 자연은 무언가 더하거나 빼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삶 속에서 미적 의식을 찾아가는 순수한 눈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아가 작가는 친구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권유했고 3년 만에 <우평남식 그리기>라는 작업으로 70대에 미술계에 데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질이 없다며 거절했지만, 우연히 작가의 부탁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 그의 그림은 서툴고 투박했지만, 그만의 특색이 담긴 ‘우평남식’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작가는 그를 자신보다 더 높은 자연 예술가라고 불렀다. 결국 두 친구의 만남은 서로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작가는 자연으로 나아감으로써 기존의 미술로부터 탈피하고자 하였고, 우연히 만난 타인의 시선으로 다시 자연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 준 이를 미술이라는 표현의 장으로 인도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또 옳다고 믿고 있는 가치나 기준은 과연 얼마만큼 유효한 것인지 다시 살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후 위기를 불러온 인간 중심의 사고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고 또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예술가의 삶에서 알 수 있듯이 실험적인 도전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고에 균열을 만들었고 겸손하게 타인의 시선을 탐색하고 관조함으로써 자연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예술가와 친구는 서로 가르쳐주는 동시에 배우는 관계였던 셈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예비교사가 지녀야 할 태도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