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제주도에 한 달 사이 예멘인 약 400명이 입국하고 대부분이 난민 신청을 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거의 처음으로 ‘난민’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난민의 문제가 바로 나와 내 이웃의 문제가 된 것이다. 2018년에는 제주도 입국 예멘인들을 두고 난민 수용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때 입국했던 예멘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속적 관심을 두지 못한 채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난민과 이주민들을 대하는 태도는 변화가 있었을까?
내가 한 사회에서 시민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나에게 ‘시민권’이 있다는 뜻이다. 시민은 시민권(자유권, 정치권, 사회권 등)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권리가 유지되기 위해 시민은 반대로 국가가 부여하는 의무(병역, 준법, 세금 납부 등)를 다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없다면 시민들에게 시민권을 지켜 줄 주체가 없으므로 시민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UN과 EU 등 일부 국제기구가 존재하지만, 이 단체들이 정부와 같이 기구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시민권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해 준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우리의 시민권은 국가를 단위로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와 같은 기능을 하는 세계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한 세계시민은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시민됨의 또 다른 축은 시민성이다. 간단히 말해 시민성은 ‘시민에게 요구되는 성품 또는 자질’이다. 한 개인이 시민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시민이라는 의식 즉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우리 사회 구성원들 속에서 ‘시민성’을 발휘하게 된다. 만약 내가 ‘글로벌 사회’의 시민 즉 세계시민이라는 정체성이 없다면 세계시민에게 요구되는 세계시민성을 그 사람에게 요구하기도 힘들고, 그 사람 역시 세계시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학교 안과 밖에서 학령기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주민 또는 난민의 문제가 더욱 활발히 발생할 미래 사회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목적(전 지구적 식견 갖기, 지구상의 공동문제에 관심 두기, 인류의 공동문제 해결하도록 노력하기 등)과 세계시민교육의 주제(문화다양성, 인권, 평화, 환경보호, 기후 위기 대처 등)는 우리에게 너무나 멀리 느껴지며,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할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주의적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우리 모두 시민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민’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권리를 가질 권리(right to have rights)’를 박탈당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보다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몇몇 미디어에서 ‘유령 아이’가 소개되었다. ‘유령 아이’란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부모가 외국인이어서 그 아이 역시 외국 국적을 가졌기 때문에 한국에서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 아이를 뜻한다. 유령 아이(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어에 익숙하고 한국문화에 잘 적응했다 하더라도, 출생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무교육을 포함한,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정책적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런 유령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약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부모가 합법적 체류를 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법체계와 현실은 아직 차이를 보인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미등록 이주 아동 중 22%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입소 및 입학을 거부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법무부의 2018년 '국내 체류 아동에 대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입학한 미등록 이주 청소년들의 폭력 경험(46.1%)은 합법적 체류 청소년의 폭력 경험(31.2%)에 비해 약 15%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민자의 시민권에 관한 논의는 크게,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입장을 강조‘하는 온전한 세계시민주의와 '이주민의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강조'하는 강한 세계시민주의로 구분한다. 내가 어떤 세계시민주의를 갖느냐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들에게 적절한 학교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찬성 또는 반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세계시민이라고 생각하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주민, 난민, 미등록 외국인들에 관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세계시민교육은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주변 사람들에 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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