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 1학년 학생의 상담이 있었다. 신임 교수로 임용된 첫 학기라 대학에서의 모든 경험이 낯설었다. 처음 만난 학생이 느닷없이 교사라는 진로에 확신이 없다며 자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이 됐지만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그다음 학생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해서 진땀을 흘렸다. 어렵게 대학 입학의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에게도 교사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최근 교대의 입시 경쟁률 하락과 함께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초중등교원의 신규 채용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감소를 반영해 교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교사를 진로로 삼는 학생들에게는 현실적인 여건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과 교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우리 학교에 들어서면 “큰 스승의 길”이라고 쓰인 비석이 보인다. 스승이 되는 것도 어려운 현실에서 큰 스승의 길은 더 멀어 보인다. 어떻게 배우고 또 가르쳐야 할까.

4~5월 사이에는 교육 실습이 있다. 순회지도로 실습 학교에 나가면 마치 부모를 본 아이처럼 멀리서 종종 걸음으로 나오는 우리 학생을 만나게 된다. 아마도 낯선 환경에서의 모든 일이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습생의 연구 수업은 서툴고 부족하지만 진지함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교육 실습이 끝난 후에는 꼭 교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많아진다. 그리고 임용 고사 합격에 대한 의욕도 커진다. 일이나 경력을 위한 선택이 아닌 인간의 성장을 돕는 일에 대한 작은 보람이 자라는 순간이다.

교사가 된 이후의 삶은 어떨까. 우리 학교 대학원에는 전국에서 파견된 현장 교사가 있다. 경력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교직 생활의 고됨과 피로감을 토로한다. 예비 교사였던 그 시절의 모습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제와 발표로 쉴 새 없는 학업의 과정에서도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 이건 우리 애들하고 하면 재미있겠네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은연중에 했던 말 속에는 삶의 태도로 변한 교사의 소명의식이 있다.

예비 교사의 결심과 현장 교사의 삶 속에는 학생이 있다. 학생과 함께 발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교사의 길은 완성될 수 있다. 미지의 대상을 그리며 전공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4년의 시간은 곧 학생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타 학문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우리 학교의 교색은 청출어람에서 나온 청람이다. 연녹색의 쪽잎이 물속에서 발효되고, 조갯가루와 섞여지면 짙푸른 남빛의 꽃거품이 되듯이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또 다른 색채로 빛날 수 있다. 자퇴를 고민했던 두 학생은 모두 무사히 졸업을 했다. 한 명은 교사가 되었고, 또 한 명은 다시 꿈을 향해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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