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는 17대 대선 때와 매우 다른 시대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되었던 17대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18대 대통령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을 앞세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18대 대선 공약의 대세가 된 것은 경제성장 정책이 대기업 위주의 성장으로 귀결되었고, 소득 및 자산의 양극화로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일자리와 생활은 더 불안정해지고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각 후보 진영의 관련 정책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다르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이 시대의 화두이자 정신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후보들의 복지 정책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다.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진정한 복지사회도 경제민주화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자주성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교육정책에 대한 정치적 논의 없이는 민주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복지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복지 정신의 기본은 경제성장이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물질적 생활의 개선과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데에 있다. 시장경제에서 낙오한 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주장하는 선별복지든, 또는 민주주의 보편적 권리로 사회적 시민권을 주장하는 보편복지든, 모두가 물질적 자원을 보다 공평하게 배분하여 삶의 기회를 균등하게 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 학급규모 축소, 무상공공보육, 무상고교교육, 반값등록금 등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들은 교육을 위한 물질적 자원을 보다 많이 확보하고 공평하게 배분함으로써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복지가 사람들이 경험하는 객관적 조건의 개선뿐 아니라 주관적 안녕의 추구를 위한 것이라면, 복지사회란 물질적 자원을 많이 골고루 배분하는 것만으로 실현될 수는 없다. 교육복지 공약들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학생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다.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은 학생들이 입시경쟁, 성적, 대학서열 때문에 교사(수)와 학교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안녕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경험하고 행복해야할 시간과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성적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관심도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수학습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이 독립된 개인이자 시민으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게 하는 삶의 공간이 될 때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

  그러나 학교의 현실은 어떠한가? 성적을 위주로 아이들을 가르고 차별하며 ‘자율 학습’이라는 명분으로 밤늦도록 학교에 잡아둔다. 또한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관료체제의 말단으로 취급받고 긴 근무시간으로 인해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진정한 교육복지를 위한 실천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 실험하고 있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공평한 자원배분과 진정한 교육복지의 상호관계라는 문제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무상급식은 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사회가 부담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배려하는 자원의 배분을 실현한 것이었다면, 혁신학교는 그 의미를 학교라는 공간, 교수학습과정 및 학교의 일상으로 확산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혁신학교의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수업에 동등하게 참여시키려 노력하고,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학생들과 함께 행복한 교육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무상급식과 같은 자원의 균등한 배분이라는 교육복지가 교육혁신을 통해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교사교육의 요람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대학은 교육혁신을 선도함으로써 이 시대의 교육복지 화두를 완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운영, 교사교육 및 부설학교 운영에서 심화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교수학습과정을 혁신함으로써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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