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지진은 판(plate)라 불리는 약 100km 두께의 단단한 지구 껍데기들의 상대적인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다. 판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찢어지고 스쳐 지나가면서 그 경계나 내부에 탄성에너지를 응축하게 되고, 마치 나무젓가락에 힘을 주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소리(에너지)를 내며 부러지듯이, 에너지가 쌓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파장 형태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를 우리는 지진이라 부른다.
기본적으로 지진은 예보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상예보는 지상 및 위성 관측을 통해 기압, 풍속, 습도 등과 같은 대기의 물리량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실시간 관측이 불가한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해서는 단층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 쌓일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량 등 지진 발생을 예측하기 위해 알아야 할 물리량들에 대한 정량적 분석이 어렵다. 흔히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지진운의 발생이나 바다 생물이나 동물들의 이상 행동 등이 지진의 발생 전조현상으로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지진운으로 알려진 구름은 주로 해안에서 바람의 속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구름으로, 우리가 일본의 동해안을 따라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에 매몰되어 선동되기 쉬운 대표적인 오개념이다.
한편, 과거 중국의 지진 교과서에는 동물들의 이상 행동을 관측하여 1975년 규모 7.3의 해성지진을 예측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적이 있다. 교과서 내용에 따르면 해성지진 직전에 중국 당국은 진앙 주변 도시들에 대피 명령을 내렸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년 후, 인근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고 공식적으로 약 24만, 비공식적으로 약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데 이 지진이 당산 대지진이다. 그리고 이후 동물들의 이상 행동 관측으로 지진 예측에 성공하거나 유의미한 물리적 관련성을 보고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지진 발생 전에 자기장의 변화나 모종의 파동을 동물들이 느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기본적으로 에너지는 누적되고 있는 형태이며 만약 자기장의 급격한 왜곡이나 유의미한 파동을 발생시킬 만큼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다면 오히려 누적된 에너지가 감소하여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은 감소하게 된다. 이외에도 지하수위의 변화, 라돈가스 방출 등과 같은 현상들을 관측하여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개별적인 에피소드이지 물리적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래의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 발생한 지진들의 위치나 피해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알 수 있다. 현대적 지진계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1900년대 이후는 관측된 기록을 통해 지진의 위치나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세기 이전에 발생한 지진은 여러 문헌에 기록된 역사기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한반도의 경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삼국사기 등에 지진 기록들이 다수 남아 있는데 피해기록이 여러 지역에 대해 상세히 적혀 있어서 대략적인 지진 발생 위치와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또한 역사기록 이외에도 지표에 나타난 큰 단층들을 연구하여 역사시대 이전에 발생했을 지진에 관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진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과 지진피해가 크게 나타나는 지역을 파악하고 확률적으로 지진피해가 높을 지역을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추정은 보통 “수십 년~수천 년 안에 해당 지역에서 중력가속도의 50%에 해당하는 진동이 발생할 확률이 몇 %” 라는 긴 주기의 모호한 확률로 결정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내진설계를 강화하거나 지진 발생 직후 대피를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지진 관련 연구를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경제적 노력 이외에 지진피해를 극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교육이다.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더라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2016 경주지진과 2017 포항지진을 겪으면서 기상청 등에서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을 골자로 한 안전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있지만 이런 자료들이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소원하기만 하다. 현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들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 원리는 배우고 있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 요령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보통 일회성 행사로 그치곤 한다. 이는 비단 지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태풍,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재해 상황에 대한 교육적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상청, 소방방재청 등과 같은 기관에서 작성하여 배포하는 자료와 안전 체험관 등의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초, 중등 교육과정에 자연재해 발생 시 행동 요령을 포함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 등의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재해 발생 특성, 교육과정 및 교육 현장 상황을 고려한 안전교육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구절은 비단 병법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가 자연재해를 대하는 자세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구절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진을 포함한 자연재해들에 대해 오해보다는 이해를 우선으로 하고, 재해에 대비한 우리의 현재 상황을 직시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속에서 위태롭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