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기념일을 찾으면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 일이 있을 때, 해마다 그 일이 있었던 날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올해 학교에서 배포한 탁상용 달력을 보면 ‘2.28 민주운동 기념일’, ‘3.8 민주의거 기념일’, ‘3.15 의거 기념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개교기념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등이 명시돼 있다. 이렇게 많은 기념일 중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날을 기념일로 정했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한 그날에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무엇을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지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규 교육이나 독서 등을 통해 역사에 대해 열심히 배운 사람들은 대부분의 기념일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한국교원대학교의 개교기념일은 우리 학교와 인연을 맺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게 되는 기념일이다. 평일에 맞이하는 개교기념일은 휴무일이 되어 학내 구성원의 머릿속에 잠깐이나마 남아 있기라도 하는데, 올해처럼 휴일에 맞게 되는 개교기념일의 경우에는 그런 날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대면 만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게다가 평일도 아닌 휴일에 맞는 개교기념일은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기존에는 별 의미 없이 개교기념일을 보냈더라도 앞으로 기념일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념일과 관련하여 바뀌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새롭게 맞이하는 개교기념일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자.

먼저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 날짜를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을지 다른 날로 바꾸는 게 좋을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살펴본 기념일들 중에는 몇 월 며칠에 특정한 운동이나 의거와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을 기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기념할 날짜를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개교기념일의 경우 개교의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기념할 날짜가 달라질 것이다. 학교를 새로 세워 처음으로 운영을 시작한다는 사전적 정의를 참고했을 때, 학교를 만들자고 결의한 날, 학교 건물을 완공한 날, 최초의 신입생이 누구인지를 정한 날, 입학생을 확정하여 통지한 날, 최초의 신입생이 등교한 날 등 여러 날을 개교한 날짜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학교의 개교기념일은 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본교 방문일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교 당시의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멀리 충청도에 있는 본교를 방문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감격에 겨워 기념하자는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개교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 그날을 기념일로 정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엄연한 대통령이었지만, 그가 오늘날 역사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국민들은 그를 어떤 인물로 기억하는지 등을 따져봤을 때, 지금의 개교기념일을 유지하는 것은 학교의 수치로 남을 수 있다.

만약 학교 구성원의 뜻이 모아진다면 지금이라도 기존의 기념일 날짜의 문제를 인식하고 새롭게 개교를 기념하는 날에 대해 합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기념할 날로 한국교원대학교 설치령이 공포된 날인 315일로 삼을 수도 있고 학교의 첫 번째 부속 건물이 완공된 날을 삼을 수도 있고 신입생에게 입학 허가서를 통보한 날을 삼을 수도 있으며 최초 신입생이 생활관에 입사한 날을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을 정하는 게 좋을지는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졸업생, 퇴임 교직원 등 우리대학에 몸담았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의견이 모아져서 결정된 날이 올해처럼 휴일인 경우에는, 법정 공휴일이 휴일과 겹칠 때 평일에 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대체공휴일 제도처럼 대체기념일 제도도 생각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적용해서 평일에 쉬면서 개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어느 날을 기념일로 삼을지를 고민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기념일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이다. 기존에 우리학교에서 해 온 개교기념일 행사 중에 계속 이어갈 행사를 정하고 새롭게 시도할 행사를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흥겨운 공연 행사를 열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즐거움을 나누는 것, 학교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것, 학교 발전을 위해 어떤 의견이라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청회를 마련하는 것, 학교 발전을 위해 고민한 결과물을 공유하고 실천 방안에 대해 협의하는 학술 행사를 하는 것 등, 기념일에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기념일에 할 일을 정할 때는 매해 기념일에 할 행사와, 5년이나 10년 단위로 할 행사를 미리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

우리학교의 재학생들은 학교를 일터로 삼기 위해, 다시 말해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들에게 대학교는 단순히 대학교육을 받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일터가 되는 학교의 바른 모습이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기존의 개교기념일 날짜 변경 문제, 개교기념일 관련 행사의 내실화 문제 등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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