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내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 확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성급한 위드코로나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판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우려에도 조만간 학교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은 위드코로나라는 또 다른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면서 힘든 과제를 안게 되었다. 학교는 미성숙한 어린 학생들이 모인 공간으로서 코로나 확산 위험이 타 기관들에 비해 높아서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학교보건의 역할이 보다 중시되어야 한다. 기본위생 수칙 준수 교육 및 지도 등 전통적인 학교보건 책무는 위드코로나 시대에도 학교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 할 것이다. 나아가 위드코로나는 단순한 학교의 건강보호적 활동을 넘어 건강증진적 측면을 보다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 건강 개념의 기초를 제공하는‘살루토제네시스(Salutogenesis)’는 건강의 속성을 보호가 아닌 증진 대상이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개인이 스스로 일상에서 평안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나아가 건강을 유지하는 힘은 ‘통합력(Sense of Coherence)’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잘 이해하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드코로나 시대의 학교는 학생을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기본 역할과 함께 학생 스스로 새로운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며, 학습의 의미를 찾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교육은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단적으로 언급한 바 있으며,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여 현대 학교교육의 목적을 ‘임파워먼트(empowerment)’로 강조하기도 한다. 미래학자들은 우리 어린 학생들이 향후 성인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의 특성을 ‘Unknown Unknowns’로 표현하고,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위험들로 가득한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미래는 코로나 이상으로 일상의 삶을 뿌리째 뒤흔드는 또 다른 형태의 감염병 등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위험들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바, 이러한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주역으로서 학생들의 역량 강화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 할 것이다.
20세기 후반 개인의 역량 강화를 통한 건강증진 전략으로 개인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의미하는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의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헬스 리터러시는 스스로 건강정보를 학습하고, 이해하며, 건강행동을 습관화함으로써 종국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개인의 헬스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 방안으로 읽기 및 셈하기 능력 등 기초교육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건강 문제를 학교교육 등 근원으로부터 출발해야 올바른 개선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업스트림(upstream)’ 접근이 선진 각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질병 치료에 초점을 둔 현행 ‘다운스트림(downstream)’기반 건강의료제도로는 막대한 국가재정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 효과적인 국민건강증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업스트림 접근으로 향후 10년간 국민건강증진 마스터플랜 ‘Healthy People 2030’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의 주요 특징으로 초등학교 4학년 읽기 능력 수준을 국민건강 수준을 진단하는 선도지표로 설정하는 등 혁신적 변화를 도모하였다. 또한, 읽기 능력은 학생을 포함한 국민의 현재 건강수준을 가름하고, 나아가 미래 국가 건강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읽기 이외에 산수 능력도 건강 핵심지표로 선정하는 등 기초역량 증진이 생애 전반에 걸친 건강한 삶을 위한 핵심 전제라는 헬스 리터러시 관점을 건강정책에 반영하였다. 나아가 조직 헬스 리터러시 개념을 새로이 도입하여 학교가 올바른 건강정보를 생성하고, 교육하며, 확산하는 책무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건강교육과 학생건강상담 횟수 및 만족도 등을 지표화하고 모니터링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Healthy People 2030’은 학교교육이 학생을 비롯한 전체 국민의 현재 및 미래 건강에 미치는 근본적인 영향을 중시하고, 기초역량 교육 및 건강 교육을 강화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최근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1억 명 이상 어린이의 읽기 능력 수준이 최소 기준 이하로 떨어져 또 다른 무서운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고, 각국은 교육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단절된 교우 또는 교사 간 관계 등으로 인하여 훼손된 심리·정서적 건강을 우선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국제적 동향은 위드코로나를 앞둔 우리 학교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학교는 장기간 코로나로 인해 결손된 기초학력 신장과 함께 심리·정서적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교육이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교육 회복 및 건강증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나아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는 모든 학생이 현재 및 미래의 평안한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스스로 ‘힘’을 키우는 곳이라는 인식을 우리 모두 공유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들은 매우 어렵고 장기간의 노력을 요구하여 학교 현장에 많은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전환하여 ‘코로나 이전보다 나은 학교’로 만들겠다는 자세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