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델타 변이와 코로나 4차 대유행, 일본 올림픽 등의 큰 이벤트들에 가려 크게 보도 되지 않았지만 유럽 대륙에는 평소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연일 계속된 비로 영국에서 시작된 홍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까지 번지며 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50도에 육박하는 이상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남유럽 국가들은 대형 산불의 피해를 입었다. 이것은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동반되는 이상 기후로 인해 터키,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2018년 여름 폭염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약 한 달 동안 폭염이 계속되었고 강원도 홍천은 41도를 기록했다. 작년 여름은 유난히 장마가 길어 47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기록되었고,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올해 여름 장마는 짧게 끝나는 듯했지만, 8월 중순부터 시작된 가을 장마는 9월 초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현상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며 우리는 폭풍, 홍수, 해일, 지진 등 다양한 자연재해를 경험해 왔다. 주목할 점은 이런 재해들이 더 강하게 점점 더 잦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단순 기상이변이 아닌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이라는 것이다.
기후학에서 날씨와 기후를 간단히 설명할 때, 날씨는 비, 바람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기 상태를 뜻하고 기후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변화하는 기상의 평균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기후는 어느 장소에서 약 30년 간의 평균 기상 상황을 뜻하고 날씨는 하루 혹은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의 상태를 뜻한다. 사람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성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동료의 성품을 기억할 수 있는 것도 그가 가지고 있는 쉽게 변하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날씨는 우리의 기분과 같다. 유쾌함, 불쾌함, 슬픔 등 순간순간의 감정은 성품이라는 틀 속에서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반응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특정 감정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날씨는 기후와는 다르게 지속되면 문제가 생긴다. 햇살 좋은 맑은 날만 계속되면 좋을 것 같지만, 맑은 날이 수일간 지속한다면 폭염이 온다. 그리고 그 햇살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가뭄이 들고, 그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사막화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지구의 날씨는 지속되고 기후는 변화하고 있다. 사람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기분은 변하지 않는데 성품이 변하는 것이다.
2013년 UN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5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책임일 가능성이 95%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달 6차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했다. IPCC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탄소를 뽑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탄소는 우리가 생활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만들어 내는 흔적들이다. 그 흔적을 탄소 발자국이라고 하는데 개인과 기업, 국가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이다. 특히 이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으로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에 발자국처럼 발생되는 흔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더 이상 지구는 우리를 품어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불편한 진실은 산업화 이후 인류가 대기 중에 뿜어낸 탄소가 벌써 오래 전에 한계치를 넘어섰고 오늘부터 우리가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인다고 해도 앞으로 10~2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상승한다는 것이다. 기온의 1.5도 상승을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이라고 하는데, 만약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을 하게 되면 앞서 언급한 폭염, 산불,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일상이 되는 시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식량의 수확량은 줄어들고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후 1.09도가 상승했다. (1.5도 상승까지 6년여 남았다고 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서 100년 이상 머물기 때문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하는 것은 2100년을 위한 노력이다. 지금과 같은 생활패턴을 지속한다면 2100년 지구의 온도는 4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관련된 기사를 조금만 찾아봐도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초입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상쾌한 가을 바람은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면서 맞이하게 될 미래 재난의 심각성을 잠시 망각하게 한다. 겨울이 되면 ‘온난화’라는 단어도 먼 곳의 이야기처럼 잊혀질 것 같아 두렵다. 팬데믹 상황이라지만 환경 문제는 더 이상 간헐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님을 잊지 말자. 이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일은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에너지 절약, 물자 절약, 일회용 물품 줄이기와 같은 일상 속 실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