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률 30%가 학식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유

지난 달 사도교육원에서는 안내문을 통해 기숙사 식당 이용 권한(이하 학식) 양도·매매 행위를 엄격히 금지할 것을 공지했다. 일부 학생들이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여전히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식권 매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 사도교육원 현 규정
사도교육원의 규정 시행 세칙 26조에 의하면 학식 양도·매매가 적발될 시 의무입사생은 즉시 퇴사 조치하고, 희망입사생은 벌점 8점을 부과하도록 한다. 미입사생의 경우에는 식당 이용 중지 및 다음 학기 식당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식 양도·매매로 인하여 식당 운영에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어 실제 본 규정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이 만연할 시엔 식당에서 현재와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경고의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본 규정을 주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 식당 이용 방침과 학생 불만 사항
우리 학교는 의무 급식을 사도교육원 입사 조건으로 정하고 있다. 의무 급식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사 기간 전체의 급식비를 미리 지불하여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기숙사 식당에서는 주중과 주말 1일 3식을 모두 제공한다. 의무 입사생인 1, 2학년은 정부로부터 기숙사비와 식당 이용비를 무상 제공 받지만, 3, 4학년 희망 입사생의 경우에는 한 끼당 1,640원을 납부하고 있다. 미입사생도 3, 4학년 희망 입사생과 마찬가지로 의무 급식에 준하는 조건에 따라 학식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아침을 먹지 않거나 주말에 귀가하는 등 학식을 부분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이용하지 않는 식사 분에 대한 불합리한 손해를 강요한다’며 현 방침의 수정을 요구했다.
◇ 저렴한 급식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기숙사 식당 식비는 한 끼당 1,640원으로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사도교육원 행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현재 식단을 유지하기에 부족한 단가이다. 하지만 1, 2학년에 대한 정부의 급식 지원금과 결식률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식사량을 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낮은 급식비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결식률을 30%로 책정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식당 이용 인원을 파악하여 반찬과 밥의 양을 조절하여 남는 음식물을 최대로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결식으로 발생하는 잉여 비용에 따라 현재의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 일부 학생이 ‘불합리한 손해’라고 여긴 결식분이 급식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청주고등학교의 경우 결식률이 3%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급식비가 38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도교육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순한 시장 원리에 따르면 식권처럼 식당 이용을 매매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모두가 식권을 매매한다면 결식률이 낮아져 급식 단가는 불가피하게 상승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의무 급식, 불합리한 ‘끼워 팔기’인가
기숙사 입사 시 식당 이용 권한을 강매하는 소위 ‘끼워 팔기’는 전국 상당수의 학교에서 일어나며 학생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대학에게 강매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했고, 다수의 학교가 이를 반영해 의무식에서 자율식(또는 선택식)으로 식당 이용 제도를 수정했다. 우리 학교는 타 학교와 달리 기숙사 식당을 본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며 수익사업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와 일부 학생들의 불만 사항에 따라 지난 해 3, 4학년 희망 입사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식당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때 급식 제도 변경안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제시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 급식 제도 변경안의 장단점
설문조사에서는 ▲의무급식 ▲주 5일식 ▲선택식(식권제) ▲급식 미제공의 4가지 변경안을 제시하였다. 기존 제도인 ‘의무급식’은 식당의 이용자 예측이 용이하고, 현재의 낮은 단가로 식당 운영과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불만 사항과 같이 주말이나 아침 등 결식 입사생들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없다. 두 번째 선택지인 ‘주 5일식’은 주말에 기숙사에 머물지 않는 학생들의 식비 절감, 학생들의 급식 선택권을 일부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주말에 머무는 학생들에겐 외부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초래하고, 급식 단가 일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담점이 존재한다. 세 번째 ‘선택식(식권제)’은 학생들의 급식 선택권을 완전 보장하여 먹은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게 되고, 식권 매도 등 불법적인 행위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식당 운영상의 예측 불가능성이 상승하고, 급식 단가가 학생회관 식당 수준(3500원) 이상으로 대폭 상승이 불가피하다. 또 일정한 수요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주말 식당 운영이 불가능해져 주말에 머무는 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한다. 사도교육원은 비용이 크게 증가될 것이 분명하고 학생회관 식당 등의 대안이 있기 때문에 이 안은 설문 조사상의 대안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마지막 안인 ‘급식 미제공’은 급식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학생들의 급식 선택권을 완전 보장할 수 있으며, 조리 종사원 등 관련 공무원들의 근로 부담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생회관 식당이나 학교 외부 식당을 이용해야 하고 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크게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현 방침 유지
설문조사에는 3, 4학년 희망 입사생 654명 중 335명이 참여하였다. 먼저 사도교육원 식당에서 1일 평균 몇 끼를 먹는지 조사한 결과, 평일엔 ‘3끼 전부’와 ‘2끼만’ 먹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85%를 차지했고, 주말엔 66%가 이에 해당했다. 희망 급식 제도로는 ‘의무 급식’이 81.2%, ‘주 5일식’이 13.4% ‘급식 미제공’이 4.2%로 조사됐다. 의무 급식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의 질 만족’이 67%, ‘생활관비중 급식비 증가가 부담됨’이 26%에 달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기숙사 식당은 현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대해서도 무혐의를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사도교육원 식당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현 방침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저렴한 단가가 유지되기 위해선 학식 양도·매매에 대한 자성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사도교육원 행정실 관계자는 이에 대한 염려와 함께 “학생들이 매번 대량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 직원 분들게 감사함을 느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