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것도 분명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이다. 직업 중에서도 안정적이고 직무 자율성도 높은데다 급여도 적지 않아 인기가 많다. 나라에서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사범대나 교육대학원에서 필수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국가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에게만 교직을 허용하고 있다. 그럼,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교사의 전문성은 확보되는 것인가? 대학교재 속의 지식과 대학 생활의 경험이 실제 교사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얼마만큼 유용하다 말할 수 있는가? 아니 그 교사가 해야 할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사회가 우리 교사들에게 바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15년 이상 교직 생활을 해왔지만 이 본질적인 질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출석 체크, 청소 검사, 나이스 업무 작업, 공문서 처리 같은 일들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사가 해야 하는 일 중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럼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학생들의 성향과 기질도 해마다 다르며 같은 학교 학생들이라도 학반에 따라 또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는 항상 학생들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관찰하고, 말을 들어주고, 과제나 해법을 제시해주기 위해서는 인내심, 주도면밀함, 판단력, 어느 정도의 창의력까지 필요하다. 정말이지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일이다.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미래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갈 것이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종류와 수준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운다는 관념은 획일적인 원리가 지배하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 될 것이다. 상황에 맞는 가치판단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천력 그리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열정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정답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구글링이나 인공지능이 교사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에게 정답을 강요하고 또 교과서와 교사가 정답의 소유자인 것처럼 되어 있는 이제까지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이 선생님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친구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세상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험 문제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학생들 삶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이제 학교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 혁신을 시도하고 있고 학생 자율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으며 진로와 진업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평가방식, 입시제도, 학교행정업무과다와 같은 변화를 가로 막는 장벽이 높아 아직도 대다수 교사들은 이때까지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것이 교사가 학생들의 필요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는 핑계거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 주체로서 지니는 교사의 책무에 대해 인식하고, 교육이 바뀌고 학생이 바뀌며 우리 사회가 바뀌어 갈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움직여 나가야 할 것이다.
짧지 않은 교직 생활을 뒤돌아보면 정말 실패의 발자국으로 점철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왜 나의 말을 따라주지 않는 걸까? 이런 고민이 나를 괴롭힐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가르치기만을 애쓰는 사람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잘 배울 수 있는 전문가, 학생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로 말이다. 교사도 학생도 행복할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힘을 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