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4. 3. 17.
이맘때면 대면식과 신고식을 통해 드러나는 선후배간 군기 문화가 화제가 된다. 매년 문제제기가 되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끊이질 않는다. 일부 개선돼가는 학과도 있지만 그 방법이 더 심각해지는 학과도 있다. 그러나 고작 몇 개월 전만 해도 피해자였던 지금의 선배들에게만 문제의 화살을 전부 돌리긴 섣부르다. 문제 해결이 요원한데는 문제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해당 학과의 분위기 탓도 크다. 선배의 선배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이제 또 다른 선배가 된) 후배의 행동들을 옹호한다. 마치 과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는 듯이 말이다. 적당한 군기가 후배관리와 일처리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그들의 변명은 얼핏 그럴싸하나, 모순적이게도 군기 문화는 가장 비효율적인 구습의 유물이다. 공포에 의한 복종은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학과의 내부 구성원들 중에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야 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용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한 번의 묵인은 습관이 되어 끝내 부조리함에 덤덤해지고 만다. 결국 매년 악질적인 신고식, 암암리에 가해지는 기합, 과도한 음주 강요 등이 알게 모르게 행해진다. 그렇게 해당 학과에 악습이 온전히 남아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다.
문제의 해결은 피해자일 때의 경험을 기억하는 선배들의 결단과 교수의 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배들은 조금 떨어져 서면 보이는 부조리함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그들은, 학과 특성상 결속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반의 기선 제압이 필요하다는 변명이, 아직 일에 서투를 뿐 자신의 일에 충분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신입생들을 과소평가 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뒤, 선배로서의 관용이 충분히 뒷받침 된다면 군기 문화 없이도 효율적인 학과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
제자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줄 누구보다 좋은 사람은 결국 스승이다. 많은 교수들은 자신이 속한 학과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믿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는 교수가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강의실 바깥에서 암암리에 퍼진 군기 문화가 쉽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실제로 2대학 모 학과에서 교수가 개입하여 군기 문화가 사라진 예에서 볼 수 있듯, 교수의 지도는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 행동을 통해 더 나은 새내기 문화로 나아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