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더 깊게 느껴보는 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그리 존중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 8067명이지만, 이 가운데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 5531명이라고 한다.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학생 수에 비해 학교가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특수학교에 지원해도 자리가 없어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운 좋게 특수학교에 입학해도, 편도 2시간 이상을 통학하는 학생은 103명, 1~2시간은 2791명, 30분~1시간은 9966명이라고 한다. 장애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보다 더 먼 길을 매일 오가고 있는 것이다.

특수학교를 새로 지으려고 해도,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장애 학생들이 오면 지역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의 님비(NIMBY)로 빠른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서울시교육청은 전면적인 통계 조사를 실시해 특수학교 설립이 집값 하락과 관련이 없다는 것에 대한 객관적 반대 근거를 확보하려 하는 중이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이는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 교수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그는 1급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으로 장애인인 자기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일반인 모두 원하는 디자인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명칭과 개념을 만들었다. 핸드폰의 아이콘, 무빙워크, 자동문 등이 대표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례이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디자인은 일반인에게도 편리한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 특수교육 현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뿌리 깊은 편견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은 폐과가 결정되었던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가 학생들과 교수들의 열렬한 반대 끝에 학칙이 개정되어, 존속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국 19개 대학에 존재하는 특수교육 학과 중에 국립대학은 단 6곳. 절반이 넘는 특수교육 인력이 사학에 의해 배출되는 현실이 아쉽다. 그리고 전국 유일의 종합교원 국립 특수대학인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가 없다는 현실은 더욱 더 아쉽다.

한국교원대학교 학생이 장차 교사가 되어서 마주할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장애학생, 다문화 가정의 학생, 성소수자 학생들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대적 소외계층의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교사가 좋은 교사이고, 또한 앞으로의 사회도 그래야 한다고 확신한다.

“모든 사람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라고 장애아동도 교육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최초로 규정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 1948년 12월). 과연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이것이 지켜지고 있는가? 아니라면, 한국교원대 예비 교사들에게는 이것을 실현시킬 힘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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