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견 선호 경향에 비인도적 종경장에서 태어나는 아픈 강아지들

▲ 포메라니안 순종견 사진/황인수 기자

 

요즘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람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2014년 서울시에서는 여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반려동물들과 연예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JTBC의 ‘마리와 나’같은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기도 했고,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나온 장모치와와 ‘산체’는 캐릭터 상품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어두운 측면도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순종을 찾는 경향이 증가하면서 순종견과 잡종견을 차별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 가격도 순종이냐 잡종이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이러한 순종에 대한 선호는 잘못된 상식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순종’ 개념, 우생학 유행하며 영국 귀족 중심으로 시작하고 발달돼
‘순종’이란 개념이 생겨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거 견종은 단순히 구조견이나 탐지견 등 특수목적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곤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우생학이 유행하며 귀족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개를 번식시키는 것이 인기를 얻게 됐고, 개들은 혈통이 고정돼 각 종마다 확연히 다른 외관·성격·능력을 가지게 됐다. 그 후 서양에서는 각 종들의 특징들을 지키기 위해 FCI(Fédération Cynologique Internationale), AKC(American Kennel Club), KC(Kennel Club)등의 견종클럽이 만들어졌고, 각 클럽에서는 견종의 표준을 정하고, 다른 종과의 교배를 금지시켰다. 결국 견종이라는 것은 견종클럽에서 각 견종의 이상적인 형태에 대해 인위적인 규정과 미적 판단을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순종견 선호 경향에 만성질환 걸리고, 제왕절개 필수로 고통받는 견종들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견종 생산 과정이 누적되며 많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견종클럽은 이를 무시했고, 오히려 이상적인 견종 표준을 만드는 데 강박적으로 집착했다. 그 결과 '동일품종'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로 닥스훈트와 불도그가 있다. 닥스훈트의 경우 원래는 다리가 길었지만, 무리한 개량을 통해 연골발육부전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었다. 이 병으로 인해 닥스훈트는 허리는 그대로지만, 다리와 팔은 짧은 종이 되었다. 불도그 역시 과거에는 날렵한 몸매에 긴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무리한 개량으로 인해 지금은 짧은 다리와 무거운 몸매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불도그 모견의 80%는 출산 시 제왕절개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 외에도 적게는 수십 년, 많게는 수백 년 동안 인간의 미적 기호에 맞게 개량돼 겉모습이 변형되고, 자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유전 형질을 물려받은 순종견이 존재한다. 이에 2009년 BBC에서는 'Pedigree Dogs Expose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위적인 품종개량과 그 원인이 되는 애견대회 및 견종클럽의 관행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순종견들은 병에 더 잘 걸린다
순종견들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개량된 품종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게 살고 있으며, 유전적으로 일정한 질병에 걸리기 쉽다. 강서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안과 전문 수의사  손대성 원장은 “그레이트 피네이저, 푸들, 슈나우저 같은 종은 망막이 박리돼 초첨이 맞게 되지 않는 후천성 망막 박리증에 걸릴 수도 있다. 이외에도 골드 리트리버는 암에 걸릴 확률이 대략 60%이고, 독일 셰퍼드의 경우 고관절, 특히 엉덩이 쪽에 문제가 생긴다. 킹 찰스 스패니얼은 품종의 1/3은 자기 뇌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두개골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레이트데인이라는 종은 심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덩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병들은 순종에 가까울수록 발생하기 쉬워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번식 전 위와 같이 유전적 질병을 확인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전적 질병에 대해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순종견이 이러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론적으로 순종견들이 잡종견들에 비해 유전적 질병을 가질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도 근친결혼을 통해  출산된 아이는 괜찮은 경우가 있는 것처럼 순종견도 그러한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라 말했다.

◇ 순종견들이 만들어지는 공장, 종견장
2000년대 전후로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종견장을 포함한 반려동물산업이 발전했다. 실제로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에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BS, MBC등의 매체를 통하여 종견장의 끔찍한 실태가 알려져 논란이 됐다. 보통의 개들은 일 년에 두세 번 새끼를 낳는데, 종견장의 업주들은 개들에게서 더 많은 새끼를 얻기 위해 발정유도제를 놓는다. 이뿐 아니라 배설물 처리의 편의를 위해 개들은 대부분 좁은 철 케이지 안에 살고 있다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개들은 스트레스와 질병을 얻고, 몇몇 개들은 생식기나 장기가 파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병에 걸린 개들을 치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치가 떨어진 개는 개고기나 개소주 제조의 목적으로 개장수에게 팔려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필연적으로 면역력이 약하며, 심지어는 이미 질병에 걸려 있기도 하다. 더하여 순종을 선호하는 사람들로 인해 근친교배가 성행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유전적인 질병들이 새끼들에게 대물림되기도 한다.
이러한 종견장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종견장을 없애거나,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종견장은 아직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는 종견장은 전국 78개 업소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800~3000개 정도의 업체가 불법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불법 종견장은 대개 외곽지역에 미등록 가건물 내에서 운영되고 있어 종견장 영업장의 수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속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영업장 신고를 하려 해도 불법 건축물라는 이유로 영업장으로 등록되지 않는다.
작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대안으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불법 종견장 적발 시 영업을 금지시키는 대신 관련 시설을 지원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문제의 근원을 막지 않고 오히려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하루빨리 불법 종견장의 운영을 막는 식의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근친혼을 하면 종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유전질환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도태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근친혼을 금지하고 꺼림직하게 여기게 됐다고 한다. 인간과 90%이상을 공유하는 개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개들은 ‘순종’이라는 명목으로 근친교배가 이루어졌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개들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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