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07.

최근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2007년 출간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이다.연신 '한국 문학의 쾌거'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 수상의 공로를 나누어 가지려 하는 이들이있지만, 이번 수상은 한강이라는 작가가 자기자신, 그리고 세계와 오랜 시간 조용히 사투한결과물이며 이에 준비된 번역가와 편집자가 힘을 실어주어 가능했던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겠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돌연히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한 영혜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영혜의 남편, 언니 그리고 그의 남편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 편의 중편소설로 구성된다.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던 영혜는 어느 날 꿈을 통해 어렸을 적 아버지가 자신을물었던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로부터 자신을 둘러싼 인간과 세상의 폭력을자각한다. 이후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세상의 폭력에 저항하려고 하나, 그의 가족은 그녀의 행동을 유난스럽다고 비난하며 몰이해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녀는 결국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그 자신이 나무가 되어 간다는환상 속에서 점점 야위어가며 자기 파괴로 치닫는다.

한강은 2004년 창작과 비평에 이 작품을 발표한 이래 “너무 많은 오해를 받았고, 단순히 탐미적인 소설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 책을 200쪽짜리 질문으로 봐주셨으면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폭력을 거부하며 죽음에이르게 되는 영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폭력과 결백의 가능성에 물음을 던지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 책을 통해 세상의 억압에 길들어져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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