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공문서에서의 한글사용 원칙을 강요하고 초·중등 국어교과서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한다면서 위헌소원된『국어기본법』 3조 등에 대한 공개변론이열렸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국어기본법』 3조는 “국어를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로,한글을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법문이다. 이 법안에 대해 초·중등학교 재학생과 교사 및 교장, 출판사 대표, 교과서 집필자 등 청구인 332명은 이 법이 어문생활에 대한 자기결정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신청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인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 심재기 명예교수는 “한글과 한자는 상보적 관계로써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않으면 문장 이해의 능률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주장했다. 해당 법문이 문화국가원리와 불문헌법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수웅 교수는 “한자를 배제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어문생활에 직접 간섭해 의도하는 방향으로 언어문화를 형성하려는 것”이라며비판했고, “지금과 같은 한글전용은 언어능력과사고능력, 학습능력을 감퇴시키며, 학문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자는 자신과 자녀의 인격 정체성에 관한 중대한 문제라며 “국가가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대체수업을 제공
하지 않는 것은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자 혼용을 반대하는 입장은 글자 생활의 양극화를 우려한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는 “공공의 글쓰기에선 한자 해독이 어려운 다수를 위해 한글을 써야 하며, 대학에서의 공부를 위해 한자가 필요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때부터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상임대표는 “OECD에서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결과에 의하면, 한글세대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해력은 세계 1-2위이므로, 한자지식과 문해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또한 낱말의 의미는문자가 아닌 체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고, 일
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한자어는 한자표기가없어도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더하여 한자 교육을 강화할 경우 조기 사교육이 증가
할 것이다”면서 “국·한문혼용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잠시 나타난 표기방식이고, 한글전용은 1990년대 국민이 주도한 문자혁명의 결과
이므로 정부가 법적·제도적 압력을 가한 일은 없으며, 한글과 대등한 지위를 한자에 부여한다면한자를 모르는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없고 의사소통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며 말을 마쳤다.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문제는 1970년 한글전용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가 사라지면서 있어왔던 것으로, 입장 차이가워낙 극명해 의견을 좁히기 어려운 사안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논쟁을 헌재가 명쾌하게 해결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이후 헌재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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