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선 서원대 지리교육과와 청주대 음악·체육교육과 사라져
서원대학교 사범대와 청주대학교 사범대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지난 3월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5년 교원양성기관 평과 결과에 따라 C등급을 받은 서원대학교는 사범대 총 정원의 30%를, D등급을 받은 청주대학교는 사범대 총 정원의 50%를 감축해야한다. 이에 따라 서원대학교는 지리교육과를 폐과하게 되었고 청주대학교는 음악교육과와 체육교육과를 일반계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했다.
◇ 교원양성기관 평가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원양성교육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1998년부터 전국 교직과정 설치 대학 및 대학원을 대상으로 교원양성기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약 5년간 1주기 평가가 실시됐고, 2003년부터 2009년까지 2주기, 그리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주기로 교원양성기관평가는 주기적으로 이뤄져왔다. 평가는 ▲교육여건영역(390점) ▲과정 영역(300점) ▲성과영역(240점) ▲특화영역(70점)으로 진행되며 총점 1000점 만점으로 산출된다.
작년에 실시돼 올해 3월에 결과가 발표된 교원양성기관평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 실시되는 4주기 평가의 1차년도 평가다. 평가 대상은 사범대학 설치 대학교 및 교육대학교로 총 62개 교였으며 ▲사범대학 ▲일반대학 교육과 ▲일반대학 교직과정 ▲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양성·재교육)까지 총 여섯 가지의 교원양성과정을 전면 평가하였다. 이번에 A등급을 받았던 기관은 교육부장관표창이 수여되고 B등급은 현행유지를 권고 받는다. 한편 C등급은 정원의 30%를, D등급은 정원의 50%를 감축해야 하며 E등급은 교원양성과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평가가 교원양성기관의 질과 책무성을 높이고 과잉된 교원양성의 규모를 적정수준에 맞추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 서원대, 내부 평가에서 최하위 평가 받은 지리교육과 폐과키로
사범대학 45개교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6개교(36%)는 A등급을 받았고, 23개교(51%)가 B등급, 5개교(11%)가 C등급, 1개교(2%)가 D등급을 받았다. 이 중 교육부에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학교 중 일부는 등급이 상향조치 됐다. 그러나 이의 제기를 했음에도 C등급에 머무른 서원대학교는 2017학년도 신입생을 현재 사범대학 입학정원의 30%인 118명만큼 감축해 모집해야 한다. 결과 발표 후 서원대학교는 사범대학 12개 학과를 대상으로 신입생 모집 중단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윤리교육과·지리교육과·교육학과를 폐과 대상으로 논의했다. 이에 지난 4월 윤리교육과, 지리교육과 학생들은 폐과반대시위를 진행했고 교수와 학부모들의 반대도 빗발쳤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학부모, 졸업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모집중단 학과를 최소화하기로 하여 세 개 학과 중 지리교육과만을 신입생 모집중단 학과로 선정하되 나머지 감축모집인원은 전 학과가 떠안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 서원대에서는 내부적으로 학과평가를 실시해 매년 우수학과는 표창하고 하위학과에는 패널티를 부여해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리교육과는 교원양성기관평가에서도 C등급, 대학 내부에서 진행된 학과평가에서도 최하위 성적을 받아 폐과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나머지 학과가 떠안는 감축모집인원의 비율도 서원대 내부의 학과평가 성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서원대는 지난달 12일과 13일 이틀간 밤늦은 시간까지 진행한 마라톤회의를 통해 지리교육과의 모든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학과 학생·학부모와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지리교육과 김용운 학생회장은 “사립대의 경우 학과 정원이 30명 밑으로 떨어지면 애로사항이 많아진다. 학교에 기여한 오랜 역사와 전통도 있을뿐더러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리·윤리·역사 등 타 사회과목도 모두 공부해야 하는데 학교 측은 바뀌어가는 교육과정에 발맞추지 못하는 것 같다”며 폐과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 당장 학과를 살리는 것은 어렵지만 학과가 없어진 이후에라도 사회에 나가 교직에 있을 지리교육과 졸업생들끼리 다시 힘을 합치고 싶다. 우리는 지리교육과의 운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기로 했고 그 때까지 학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한편 서원대 대학본부는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봤을 때 해당 학과에서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치였고 처음에는 학부모, 학생들도 반발했지만 학과를 사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이 되었는지 협의와 합의를 통해 지리교육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2018년에 진행되는 5주기 평가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사범대 인원감축에 대한 학교 측의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우리학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대구·경북에 위치한 대학들은 대부분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인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됐다. 충청권 대학으로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청주대, 음악교육과·체육교육과 일반계 학과로 전환키로
한편 전국에서 유일하게 D등급을 받은 청주대는 사범대 정원의 50%를 감축하기 위해 음악교육과와 체육교육과를 일반계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청주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우리대학은 사범대가 전체 학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아 비교적 잘 마무리됐다”며 “학생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는 한 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폐과하지 않고 기존의 커리큘럼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청주대 체육교육과 조교는 “학생회에서 이미 학교 측에 폐과 결정 이후에도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만들어 총장의 도장까지 받아놓은 상태이다. 처음에는 학생회 학생들이 힘을 모아 폐과를 막기 위해 움직였지만 강경한 학교 측 입장과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금은 새로운 학과 이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지역의 서원대와 청주대 말고도, 교원양성기관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학은 성신여자대학교·우석대학교·인하대학교·홍익대학교가 있다. 그 중 인하대는 ▲사범대학에서 C등급 ▲교직과정에서 E등급 ▲교육대학원에서 D등급을 받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둬 2017년 신입생부터는 사범대학 인원이 줄어듦은 물론 교직이수 과정이 폐지된다. 앞으로도 교원양성기관평가는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우리대학은 A등급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나 마냥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교원양성기관의 질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각 대학과 교육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