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주기 맞아 전교조서 발행한 ‘416 교과서’ 다양한 의견 수렴했지만 교육부는‘올바른 국가관 형성 저해’주장

▲ 충주 청남초등학교에서 진행한 계기수업에서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전국 교육현장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계기수업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8일엔 계기수업을 진행한 경기도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려 논란이 되었다.

 

◇ 계기수업이란?

계기수업이란 학교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사 문제나 특정 기념일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수업을 말한다. 4·3 항쟁,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11·13 학생독립운동의날과 같은 기념일에 대한 계기수업이 매년 진행되고 있으며, 선거가 있을 경우에는 공정선거와 정치 관련 계기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당시에는 탈핵이나 재난 안전에 관한 계기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교육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한 계기수업의 주제에는 천안함 사고, 독도 수호 등이 있다.

계기수업은 보통 교사가 수업안을 작성한 후 이를 학교 운영위원회와 교과협의회를 통해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 실시된다. 박옥주 전국교직 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학교 교육과정을 위한 교과서는 제작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회 현상을 그때 그때 반영하여 시기별로 고민해야 할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할 수 있다” 며 “계기수업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이 사회에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지식과 비판적사고를 길러줄 수 있다”며 계기수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 교육부 “올바른 국가관 형성 저해한다” vs. 전교조 “다양한 측면 고려해 기술했다”

세월호 2주기를 즈음하여 전교조에서 만든 세월호 교과서의 정칙 명칭은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이하 416교과서)’로 초등과 중등의 수준 차이를 고려해 두 권을 개발했다. 이 교과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한 ‘기억과 공감’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문점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진실찾기’▲세월호 참사의 책임소재를찾는 ‘정의세우기’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세월호 정의 실현 활동을 소개하는 ‘약속과 실천’의 총 4단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학생의 능동적 활동이 중심이 된다.

한편 교육부는 “본 교과서에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주장으로 국가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학생들의 올바른 국가관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난 11일 각 시도교육청에 교과서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416교과서의 감수를 맡은 박옥주 수석부위원장은 “여러 측면을 다양하게 고려해 언론이나 재판 기록에 공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고, 세월호 참사 전문 변호사의 검토도 여러차례 받아서 교과서를 제작했다”고 반론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역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교재 내용에 오류가 발견되면 언제든 수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계기수업에 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입장차

교육부는 지난 11일 공문을 통해 416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징계 처분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시도교육청에 전했다. 경기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은 이에 대해 “교재를 어떻게 쓰고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는 교장과 교사에게 주어진 권한”이라고 발언했고, 서울시교육청 또한 세월호 계기수업 중 416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8일 계기수업을 실시한 사실이 교육희망과 프레시안 등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경기소재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포함한 2명의 교직원에게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5일 해당 학교를 찾아 계기수업 진행을 위한 절차의 준수 여부와 전교조의 ‘416 교과서’ 활용 여부, 교육의 중립성 준수여부 등 수업내용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해당 교사는 계기수업에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를 활용하여 '만일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만일 구조 총책임자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학생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사 실시 후 “해당교사가 계기수업의 지침을 어긴 건 사실이지만 정치적인 의도없이 순수한 추모를 위해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표했다.

 

◇ 계기수업 교사, "함께 슬퍼하며 학생들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싶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진행한 청주 청남초등학교 최보람 교사는 3월 초 세월호를 생각하면 무섭고 가슴이 아프다던 학생들과 세월호에 대해 이야 기해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수업을 결심했다. 이후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416교과서 계기수업 현장교사 선언'에도 참가했다. 5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전세계적으로 일었던 세월호 추모 물결에 대한 사진을 보며 시작됐다. 이후 ▲언론의 ‘전원구조’ 오보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 ▲사람의 목숨과 돈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등에 대해 학생들과 논의했다. 수업 전에는 세월호 이야기로 장난을 치던 아이들도 수업 중에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으며, 실종자 9명의 가족들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여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슬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유가족에게 힘을 주는 말을 써보고 이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교사는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현재의 사실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몹시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을 다룰 때엔 아이들의 마음에 증오심, 공포감만 커질까 걱정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수업의 무게를 언급했다. 이어 사건 자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인해 무엇이 조금씩 달라지는지 확인해보는 것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또한“이런 활동을 통해 무언가 달라진다면 그 속에서 보통사람들의 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아직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우리가 좀 더 힘을 모아야 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전교조에서는 앞으로 ▲지역별 진상규명 과 특별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 ▲피케팅 ▲촛 불 문화제 ▲기억과 약속의 길 걷기 ▲팽목항·안산·광화문 체험학습 등을 진행하며, 5월에는 생존학생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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