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측,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 위해 법의 필요성 인정 그러나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라는 인식 변화도 반영돼

지난달 31일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 심판에 ▲합헌 6명 ▲일부 위헌 2명 ▲위헌 1명으로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 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보다 개방된 것도 인정했다. 그러나 성매매를 합법화했을 경우 성 산업으로의 거대자본이 유입되고,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폭력적·착취적 성격을 지닌 성매매는 성판매자의 신체적·인격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하다며  합헌 이유에 대해 밝혔다.
성매매특별법은 제정 이후 이번 결정을 제외하고 총 일곱여 차례 헌법소원이 신청됐다. 이에 대해 헌재는 다섯 번의 심리를 거부하고, 두 번은 합헌/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이전까지의 헌법소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외하고 이전까지의 헌법소원 신청자는 성구매 남성이나 성매매 임대건물주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매매 여성이 헌법소원을 신청했다. 또한 성매매 처벌의 위헌 여부를 직접 심리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 성매매특별법의 역사와 현황 및 세계의 성매매 
우리나라에선 1947년부터 '공창제도폐지령'에 의해 성매매가 불법화되었고, 1961년부터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처벌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군산 화재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건들과 피해 여성들의 참혹한 실태, 미국 국무성이 우리나라를 ‘인신매매가 가장 심한 3등급’으로 분류하는 등 성매매 문제의 심각성과 성매매 여성의 보호 필요성이 드러났다. 그리하여 새로운 성매매 규제 법안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성매매 특별법을 제정,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매매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성매매를 통해 벌어들인 재산은 전액 몰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 구매자도      적발되면 무조건 입건하도록 했고, 성매매업소도 단속대상이 되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업소가 큰 폭으로 감소하였으나, 성매매는 오히려 음성화되었다. 해외로 출장을 나간 성매매 여성들도 존재하며, 유사성행위업소(키스방 등)는 오히려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더 많지만,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OECD 회원국들의 대부분은 성매매를 합법화한 상태로, 미국(네바다 주 제외), 일본,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에서만 성매매가 금지되고 있다. 이 중에서 일본은 유사성행위는 규제하지 않으며,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는 성 구매자와 포주만을 처벌하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국가들처럼 성매매를 합법화해 국가가 관리하는 공창제를 도입하자고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벨기에 정부는 공창제를  시행하자 강력범죄가 44%나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공창제가 시행될 경우 가격경쟁으로 인해 성매매 종사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독일 슈피겔지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쾰른 지역에서는 성매매 비용이 40유로에서 10유로까지 떨어져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시간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외에도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성매매 구매자와 포주만을 불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오히려 자국민인 성매매여성은 감소시키고, 불법 입국 성매매여성들은 오히려 증가시켰다. 또 밀입국과정 등에 범죄조직이 개입해 성매매 여성에 대한 보호 효과가 감소하고 성매매의 음지화가 더 심해졌다.
 
 ◇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재판관들의 각기 다른 의견
박한철 소장 외 5인은 “성매매특별법이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며,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업소와 여성들이 감소 추세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 자체는 폭력적·착취 형태라 자유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합헌의 이유를 밝혔다.
김이수, 박일원 재판관은 일부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관들은 “건전한 성풍속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기는 하나, 성판매자 기본권침해는 인정"하였다. 또한 성매매특별법으로 오히려 음성화되어 성매매를 근절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한 이유로 성판매자를 처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조용호 재판관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특별법이 특정한 도덕관을 강제하고 있고, 이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매매특별법이  음지에서의 성매매 활동을 촉진해 오히려 성매매 정보에 대해 접근기회를 많아지게 만들었으며, 성적 소외자는 성욕을 충족시키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면서 성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 관련 단체들의 상이한 입장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관련 단체들의 입장은 크게 갈리고 있다. 합헌결정을 지지한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이은경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성매매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대상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뿐 아니라, 합법화될 경우 산업구조의 기형화를 초래하고 미래세대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지배관계이기에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합헌결정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대표는 성매매특별법을 “피해당사자인 성판매자들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일방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구매자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당해도 자신이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성매매여성이 수두룩하다”며 “이를 악용하는 성구매자가 많아 애초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전했다.

 성매매 합법 국가 중 하나인 뉴질랜드는 성매매를 막기 위해 성판매자들에게 다양한 지원 및 직업교육을 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뉴질랜드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점차 감소했다고 한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정책적으로 전문 교육이나 관련 지원 방안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 성 판매자와 구매자를 같이 처벌하는 단순한 법적 조치로 성매매의 감소롤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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