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다수 문제점 발견된 지난 새터 ‘미리내’, 회장단 자진 사퇴 표명
지난 9일 저녁 7시 교원문화관에서 제29대 새싹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주관 하에 2016 상반기 학생총회가 개최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날 학생총회에선 예년처럼 총학과 그 산하 특별기구의 사업계획안과 학생회비 예산안 및 기타 토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예정됐던 한편, 지난달 진행된 새내기미리배움터(이하 새터)의 예산 사용내역 감사 결과가 추가 안건으로 포함됐다. 새터는 학생회비가 아닌 새터 참가자들의 참가비로 운영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감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민수(국어교육·13) 감사위원장에 따르면 “올해 새터 ‘미래내’에 대한 감사 요구가 몇 학우로부터 있었”고 그 결과 ‘총학생회비 및 기타 재원을 집행하는 자치기구 및 특별기구의 예산 집행을 감시한다’는 감사시행세칙 제1조에 따라 감사가 진행됐다.
◇ 2시간 반 지나 시작 된 본회
개회 예정 시각이던 오후 7시, 150여 명으로 시작된 총회는 40분이 지나서야 307명이 참석해 정족수 606명의 반을 넘겼고 간담회가 시작됐다. 2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선 감사결과에 대한 질의와 답변, 비판과 사과가 이어졌다. 9시 35분 606명으로 정족수가 충족되자 총학생회장은 계속되던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친 뒤 본회를 열었다. 이후 공식적으로 ▲서기단 선출 ▲2015학년도 하반기 학생회비 감사결과·사용내역 보고 ▲2016학년도 새터 학생회비 감사결과 보고 ▲2016학년도 새터 세출액 정산 보고를 하고 인준을 받으며 회의가 진행됐고, 새터 감사 보고와 관련해선 간담회에서처럼 1시간 반 가량의 질의와 답변이 다시금 진행됐다.

◇ 4시간 내내 화제가 된 새터 감사 결과
이번 새터 예산 사용내역이 감사에서 지적 받은 사항은 총 10가지(표 참고)였으며, 그 중 쟁점은 ▲새터복 예산으로 대동제 실무단의 의복을 비롯한 총학의 단체복을 구입한 점 ▲재학생 특강 관련자들의 점심 식비로 1인당 5만원을 지출한 점 ▲상비약 품목에 술 깨는 약이 포함된 점 등이었다.
새터복은 구입비로 996만원이 예산에 책정됐으나 이는 최초 예산 책정용 가안이었고 실제 새터복 구입에는 696만원이 지출됐다. 새터복 구입 후 남은 300만 원 중 163만 원은 ▲대동제 실무복 ▲새터준비단(이하 새준단) 단체복 ▲중집점퍼를 구입하는데 쓰였고, 새터복과 총학의 의복을 구매하고 남은 137만원은 인수인계 문제로 반환이 늦어졌다.
대동제 실무단은 5월에 있는 대동제를 앞두고 우리학교 학우를 대상으로 모집해 구성되는 단체이다. 대동제 실무단이 구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새터비로 실무복을 구입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가 아닌 새터비임에도 그 사실을 간과하고 필요한 옷이라고 생각해 구매했다. 잘못된 판단을 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어 총학생회장은 잔액 137만 원의 반환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담당자였던 전임 사무국장이 임용 발표 전후 일정과 겹쳐 잔액 반환에 신경 쓰지 못한 까닭임을 밝혔다. 잔액 137만원과 승인 받지 않은 총학의 의복 구입비인 163만원은 모두 환수된 상황이다.
한편 점심 식비 항목은 새터 프로그램의 ‘재학생 특강’ 강연자였던 우리학교 교수 3명과 진행자 한 명, 프로그램 설명 차 합류했던 부총학생회장과 집행국원까지 총 6명이 ‘ㅇㅇ횟집’에서 점심식사로 30만원을 지출해 권고 조치를 받은 건이다. 한 학우는 “1인당 5만원의 식대는 비상식적인 지출로 보인다”며 더 상세한 자료를 요구했고, 총학생회장은 ”메뉴판이나 식당 사장의 증언을 증빙자료로 공개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더해 예·결산 보고 자료에 함께 식사를 한 부총학생회장과 집행국원을 제외시키고 ‘패널 및 사회자’의 식비로만 표기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타 항목의 상비약 구입엔 30만 원이 책정됐고 실제 ▲구급상자 3개 ▲구급상자 약품 ▲술 깨는 약을 구매하는 데에 298,200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이번 새터는 ‘술 없는 새터’를 내세우며 금주가 강조된 바 있다. 이에 술 깨는 약을 준비한 것은 ‘술 없는 새터’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고, 총학생회장은 “음주가 금지되지 않는 사도교육원 바깥에서 술을 마시던 학우들이 있어 준비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음주는 개인 문제기에 다른 참여자들이 그 비용을 지불할 의무는 없다”며 재차 술 깨는 약의 구입을 비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상비약이라 함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약이며, 술 깨는 약은 의약외품이니 약으로 보기 어렵다”며 구매품목이 항목에 적합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환수 금액을 학생회비에 이월시키는 대신 인원수로 나누어 새터비 납부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불가능한지 ▲환수조치가 완료되면 책임을 다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고, 총학생회장은 차후 ▲새준위를 소집해 이월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 회의를 열어 책임자에 대한 징계 수위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새터 감사의 논의가 진행되던 도중 부총학생회장은 “저희가 대표자로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면 탄핵하실 수 있다”며 탄핵을 얘기했고, “대표자가 먼저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옳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대표 자리에 맞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발언과 “비상총회를 따로 여는 방법 등을 통해 감사 결과에 대한 얘기를 더 하되, 지금은 우선 총회를 마무리 지어 달라”는 부탁이 계속 되자 회장단은 감정을 추스르고 회의를 이어갔다.
◇ 계속된 문책과 회장단의 사퇴 발언, 자리를 뜨는 학우들
그 후에도 새터 예산 사용내역에 대한 질문과 대답, 문책과 사과가 계속되며 시간이 지체되자 “늦었으니 우선 다음 안건을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고, 참석자들의 동의를 얻어 다음 안건인 학생회비 납부 현황 보고로 넘어갔다. 이후 자치기구 사업계획안 중 청람문화 예산안을 논의하던 중 총학생회장단의 탄핵과 관련한 얘기가 다시 나왔고, 총학생회장은 눈물을 보이며 “솔직히 당장 내일이 오는 게 두렵고, 저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뒤이어 부총회장 역시 회장 없이 혼자 총학을 이끌어갈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히자 장내가 웅성대기 시작하며 총회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학생총회 자리, 학교 민주주의의 장이 맞느냐”, “사퇴가 바로 책임 회피인데 사퇴 후에 어떻게 새터와 관련한 책임을 진다는 거냐”는 등 규탄의 목소리와 “사람들은 학생회가 없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심신을 재정비해 다시 총회를 열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회장단은 “이렇게까지 말씀해주시는데 자꾸 책임을 회피해 너무 죄송하나, 저희의 무능을 통감했고 더 이상 할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자리에 남아 있던 모 과 부학회장은 “오히려 우리가 더 상처를 받았다. 버려진 느낌이고, 많이 실망스럽다”며 현장을 지켜보는 마음을 전했다.
11시 40분 경 대부분의 학우들이 빠져나가고 누그러진 장내에서는 “마음 고생 많이 하셨겠으나 차분히 생각하고, 우리의 믿음만큼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총학의 존재만으로도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시고, 내일 기분이 나아져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의 발언이 이어졌다. 총학생회장은 “말씀하신대로 총학 구성원들과도 논의해 다시 말씀드리겠다. 우선 너무 늦었으니 돌아가셨으면 한다. 죄송하다”며 말을 마쳤다. 부총학생회장 역시 응원에 감사를 표하며 회장과 총학 내부의 논의를 거쳐 답을 주겠다고 했다. 조용해진 강당에서 한 학우의 “저는 돌아오시라 하지 않겠다. 우선 감정을 잘 추스르고 버티시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마지막으로 무산된 학생총회는 끝이 났다.

◇ 사퇴 공고와 총학 공석, 이후 학내자치 전개는?
학생총회가 무산되고 이틀 뒤인 11일, 총학생회장단은 확운위 단체 메신저와 학교 커뮤니티 청람광장(BBS)에 사퇴문을 올렸다. 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을 책임질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제가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학우들께 더욱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여겨 사퇴를 결정했다”며 입장을 밝혔고 “새터 집행 당시 책임자였으니 감사결과에 대한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부총학생회장 역시 “회장 없이 혼자 총학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사퇴를 결정했다”며 사퇴 의사를 알렸고 “새터 진행에 큰 잘못을 해 죄송하다”며 다시금 사과를 했다. 한편 “새터를 잘 꾸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순간의 진심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진(교육학·16) 학우는 “새터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재밌었다는 동기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예산 사용 과정서 악의적이진 않았더라도 커다란 실수를 한 것이 사실이고 그 점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새터 감사 결과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한편 “총회에서 잘못한 점을 짚어주던 학우들의 어조가 조금 날카로운 느낌이었고, 이미 지적받아 해명된 사안이 재차 질문돼 총학의 심적 부담이 컸을 거라 생각한다”며 회장단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을 표했다. 이날 사퇴문을 확인하기 전인 그는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학생대표의 자질로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이 가장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권익을 생각해 총학으로 다시 돌아오셨으면 한다”며 이후 행보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