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육현장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삶의 매 순간 순간마다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우리의 삶을 한층 더 다채롭게 한다. 감정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의 산물로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머리와 가슴에 남는다. 감정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 교사도 기본적으로 인간이기에 학생들을 대하거나 교과 교육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학생들과 상호작용의 결과물이자 학생들을 지도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고 전달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은 학생들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고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교사가 인터넷 강의 속의 선생님이나 학습 지원용 로봇과 다른 것은 그들이 학생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이해는 교감을 수반하고 교감이라는 것은 결국 감정을 나누는 것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감정 자체를 교사와 분리하여 생각하거나 완전히 절제하라는 것은 교사에게도 가혹하며 교육적으로도 부적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사가 학생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긍정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감정을 갖는 것,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의 지속적인 요구에 불응하는 불손한 학생에게 화가 나는 것은 감정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해 “선생님은 너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 순간에 너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고 말하는 것은 감정을 정제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그 분노를 큰 목소리와 윽박지름, 체벌 등으로 쏟아내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입장은 교사는 감정을 가질 수 있으며 교육적 목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 또한 가능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교사는 학생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신중해야하는가?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생’이 갖는 특성과 사제관계의 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삶은 지속적인 경험의 재구성이며 이전 경험과 미래의 경험 사이의 역동적인 흐름이 성장이다. 학생이라는 말은 성장 중이라는 뜻과 같고 그렇기에 학생의 현재 모습은 변화 과정에서의 한 단면일 뿐이다.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감정 표현은 신중해야한다. 감정의 표현은 자칫 비난으로 이어져 아이의 인격을 의심하거나 자질을 깎아내리는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교사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학생의 잘못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학생의 실수와 잘못을 감정의 표출이 아닌, 전달로서 알려주고 변화를 기대하며 지지해주는 것이 보다 교육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관계 자체가 어쩔 수 없는 불평등한 관계라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학생이 바라보는 교사는 어떤 존재일까? 성숙한 어른으로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선배이고 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에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존재일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말은 일반적인 또래의 말이나 다른 어른의 말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학생은 무방비 상태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적일 수 있는 감정을 표출한다고 해서, 학생이 교사에게 똑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존감의 하락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다른 곳에서 치료받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교감과 소통이 아닌 교사의 일방적 독백과 같은 감정 분출이 되고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진정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조언을 함에 있어서 학생의 납득이 가능하도록 어떤 점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한 뒤, 감정은 최대한 정제하여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라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쏟아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감정을 이성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감정에 대한 표현은 기본적으로 학생이 나의 감정에 대해 알아주기를 바라는 하소연이 아니라 학생의 변화를 이끌고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사랑과 교육의 목적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도출 할 수 있다. 바로 사랑이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감정은 표현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모두를 고르게 향하고 있지 않은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나 사랑이 아닌 폭력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한 감정의 표출이 문제인 것이다. 이는 학생에게 영구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교사의 교육활동과 감정의 전달에는 기본적으로 학생에 대한 사랑과 인간 그 자체로의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마음을 가진다면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발을 맞추며 학생의 여정에 동행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생과 함께 호흡하고 학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전제될 때 교사와 학생이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으며 그것이 교사가 갖는 전문성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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