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3. 11. 25.

 

  2013 프로야구 시즌이 삼성 라이온즈의 3년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모든 시즌이 그러할 테지만 2013시즌은 한화이글스의 개막 최다연패기록(13패), 넥센히어로즈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LG트윈스의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등 굵직한 이변(?)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스포츠들에 대한 인식처럼 야구도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규칙도 복잡하고 경기시간도 길며(2013년 평균 3시간 17분) 비교적 정적(靜的)인 야구가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단의 마스코트를 이용한 귀여운 야구 물품(머리띠 등)이 여심을 공략하고, 잘생긴 용모의 야구선수들이 제법 인기를 끌기도 한다.

  언젠가 우연히 내 뒤에 앉은 커플의 대화를 들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스트라이크와 파울의 차이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내 옆 사람이 작게 말했다. “아 나는 참 다행이구나…….”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처음에 3시간 내내 아버지에게 꼬치꼬치 캐물으며 야구를 배웠으니까! 그러니 이 글은 내년에 남자친구와 야구장 나들이를 계획하는, 그러나 야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여자들을 위한 글이다.

  야구경기장은 대강 이런 모습으로 생겼다. 괄호 안은 포지션넘버이다. 선수 개인의 등번호와는 상관이 없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투수(Pitcher)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절한 구종과 속도로 공을 던져야 한다. 실수할 경우 타자는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포수(Catcher)는 앉아서 투수의 공을 받는 사람인데, 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장면을 흔히 보았을 것이다. 언뜻 가장 할 일 없는 포지션으로 보일 수 있지만, 투수가 던지는 공을 정하는 것이 포수다. 즉 투수를 컨트롤하고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포지션인 것이다. 투수와 포수를 묶어 배터리(battery)라고 표현한다.

  1루수, 2루수, 3루수는 각자 베이스를 커버한다. 유격수는 2루수와 3루수 사이에 있는데, 수비 부담도가 가장 높은 자리이기도 하다. 2루수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둘을 합쳐 키스톤 콤비(keystone combination)라고 일컫는다. 각 루수들과 유격수를 합해 내야수라고 일컫는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는 외야수이며 멀리 날아가는 공(뜬공)을 주로 책임진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스트라이크(Strike)와 볼(Ball)로 나뉜다. 중계화면에서 초록색 원으로 표시되는 것이 볼, 노란색 원으로 표시되는 것이 파울 또는 스트라이크이다. 빨간 원은 아웃카운트이고, 아웃카운트가 세 개면 공수교대다. 원정팀이 초공격, 홈팀이 말공격이다. 이렇게 공수를 번갈아 9번 했을 때 한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스트라이크는 간단히 말해 타자가 칠 수 있는(또는 쳤어야 하는) 좋은 공이다. 볼은 칠 필요가 없는 나쁜 공이다. 타자는 투수의 공을 단시간에 판단해야한다. 헛스윙을 하면 무조건 스트라이크로 기록되며, 파울라인 밖으로 나간 공(파울)은 수비수가 잡지 않는 이상 2개까지 스트라이크로 기록된다. 스트라이크가 3개면 삼진아웃이다. 반면 볼이 네 개이거나(볼넷, 四球) 몸에 맞으면(死球) 타자는 1루로 걸어 나갈 수 있다.

  투수를 제외하고 타자는 9명이다. 수비를 하지 않고 타격만 하는 선수를 ‘지명타자’라고 한다. 미국 내셔널리그에서는 지명타자제가 없어 투수도 타순에 포함된다. 1․2번을 ‘밥상을 차린다’하여 테이블세터라 부르고, 3․4․5번은 ‘점수를 챙긴다’하여 클린업트리오라고 부른다.

  타자가 공을 친 후 어디까지 진루하느냐에 따라 안타는 1루타, 2루타, 3루타와 홈런으로 나뉜다. 주자는 1․2․3루를 차례로 모두 밟고 홈으로 들어와야 득점할 수 있다. 두 타자가 연속으로 홈런을 치면 백투백 홈런이라 하며, 한 선수가 한 게임동안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면 사이클링히트(cycling hit)라고 부른다. LG트윈스의 이병규, KIA타이거즈의 신종길이 각각 최고령(만 38세)․연소(만 20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도루(steal)는 ‘루를 훔치는 행위’이다. 배터리가 다른 타자를 상대하고 있을 때 이미 출루한 타자가 전력질주로 다음 루까지 진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발 빠른 선수의 성공률이 높은데, 투수나 포수가 이를 미리 견제하면 아무런 성과 없이 아웃카운트만 하나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3루 주자가 도루해서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홈스틸(Home steal)이라고 표현한다.

  병살(double play)은 한 번에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을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수비이다. 유격수․2루수․1루수의 호흡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643병살은 타구를 유격수가 잡아→2루수에게 주고(이 때 1루에서 2루로 오던 주자가 죽는다)→1루수에게 줌으로써(이 때 홈에서 1루로 오던 타자가 죽는다) 완성된다. 수비팀에게는 매우 짜릿한 순간이고, 공격팀에게는 어느 때보다 아쉬운 상황이다.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이다. 각종 지표를 알면 야구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는데, 아주 기본적인 것만 설명하려 한다. 먼저 타율(avg)이 있다. 이는 ‘안타/타수’로서,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3할이 넘으면 수준급의 타자로 평가되며, 현재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일무이한 4할 타자로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인 ‘백인천’이 있다. 출루율(OBP)은 오직 안타만을 고려하는 타율을 보정하여 나온 수치로서 안타, 몸에 맞은 공, 볼넷, 희생 플라이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출루율)+(장타율)’인 OPS수치도 타자 평가의 주요지표이다. 평균자책점(방어율, ERA)은 투수가 한 경기 동안 허용한 자책점이며 낮을수록 좋다. 더불어 ‘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과 ‘9이닝당 삼진수(K/9)’는 투수 평가의 주요 지표이다.

  이 정도 기본을 알고 가면 경기 내내 열중해서 보는 남자 친구를 방해하지 않고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나도 야구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어려운 규칙은 잘 모른다. 그러나 야구를 즐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다. 응원하는 팀과 선수가 생긴다면 그 애정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고, 애정이 생긴다면 지식은 금방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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