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소=퇴폐업소' 편견 극복하며 자리잡는 그곳을 소개합니다

선릉역 앞의 높고 빽빽한 서울 빌딩 숲 사이엔 시각장애인 안마소, 참손길 힐링센터(이하 참손길 센터)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1번 출구로 나와 3분쯤 쭉 걷다 도너츠 매장에서 몸을 돌리면 앞에 정갈한 글씨체의 ‘참손길 지압힐링센터’ 간판이 보인다. 참손길 센터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직접 출자금을 내고 스스로를 안마사로 고용해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참손길 센터는 2013년 당시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맑은손 힐링센터’라는 이름으로 사당에 1호점의 문을 열었고 10월 1일 선릉에 2호점을 내게 되었다. 선릉점을 내는 데엔 조합원 12명의 출자금, SK행복나눔재단에서의 대출금과 지원금을 자금으로 했다. 선릉점은 아주 넓진 않았지만 갓 오픈한 공간답게 도배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고, 노란 조명과 큰 녹색 수건이 몇 개의 방문을 대신하고 있어 편안한 느낌이었다.
전국 시각장애인 약 20만 명 중 안마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는 2만 명에 달한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제한적인 와중에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증이 허용된 결과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안마사 자격증을 가진 시각장애인을 사장으로 내세워 성매매업과 결합한 사업소가 많은 탓에 안마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맑은손 센터는 안마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경제적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하고, 직업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탄생됐다. 조합원인 안마사들은 모두 시각장애특수학교나 안마수련기관에서 2000시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해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참손길 선릉점에는 데스크의 직원 1명과 안마사 5명이 있었다. 고객의 예약을 확인하고 접수를 받는 데스크 직원을 제외하곤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오픈한 지 이제 보름께 된 사업소인데 고객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안마사 제영길(서울 동대문구·57)씨는 안마를 끝내고 잠시 앉아있던 즈음 “바로 (안마를) 준비해주실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답해야 했다. 땀에 옷이 젖어 식히는 와중에도 그는 “또? 하지 뭐. 갑시다!”하고 일어섰다. 직원은 “금요일이고 퇴근 시간이라 손님들이 더 찾아와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고, 정경연 대표는 “손님들이 주로 인터넷을 통해 찾아오신다”며 “지금은 1호점인 사당에 손님이 넘쳐 이곳 선릉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손길 센터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인액터스 팀과 함께 사업소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인액터스는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을 표방하는 국제 대학생 단체로, 서울대학교의 인액터스 팀은 참손길 공동체를 비롯한 다른 사회공헌 사업소들과 협력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에 센터 이야기를 올린 것도, 소개 팜플렛을 만든 것도 인액터스 팀의 활동이었다. 정 대표는 “사업 초기 서포트가 많이 필요한 지금 이 친구들이 있어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 대표는 “협동조합이 조합원들 공통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유지·발전시키는 데는 이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마련”이라며 “그 일손을 젊은 세대들이 메꿔주었으면 한다”고 젊은 세대들에게 바람을 표했다.
“노래를 좀 잘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다”는 제영길 씨는 선천적인 실명자가 아닌, 사고로 인해 실명된 중도 실명자다. 80년대 후반 전문지 붐이 일었던 때에 친구의 소개로 2년 정도 기자 생활을 한 그는 “문화·음악·연극·영화를 비롯한 예술 쪽의 많은 이야기를 기사로 실었는데 참 재밌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또 “요즘엔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꽤 잘 돼 있다”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에서 운영하는 복지콜과 정부에서 시행하는 바우처 제도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이 되고 무려 5년간은 동사무소 등지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자격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며 “장애인 스스로 묻고 찾아봐야만 하는 것이 아직 한계”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날 4시간가량 안마를 도왔던 이상렬(서울 구로구·38)씨는 선릉점의 조합원은 아니다. 하지만 “한 직장에 2,30년을 근무하기가 특히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 협동조합 참손길 센터는 고용이 안정돼 참 좋은 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3호점이 생길 때 조합원으로 가입하려 하니 현재 2호점이 잘 운영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