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내집마련이 큰 과제였지만 요즘은 그렇게 마련한 내집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집을 사느라 무리하게 떠안은 대출금으로 하우스푸어가 된 것이다. 월세는 물론 전세대출금 혹은 모기지론으로, 집이 있고 없고를 막론하고 집값으로 다달이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흔히 엥겔지수라고 하여, 전체 지출 중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 경제지표에 이용하는 것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주택비용에서도 그런 수치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 있다, 그것은 슈바베 지수이다.
슈바베 지수는 전제 지출 중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데, 이때 주거비는 월 임대료를 포함하여 주택상환대출금, 주택유지 수선에 드는 비용, 주거관련 서비스 비용, 연료비 등 주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소비항목들의 총액이다. 임대료뿐 아니라 주택관련 대출금의 이자와 상환비용은 물론 아파트 관리비, 난방비, 전기세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사회계층을 구분함에 있어 주택의 자가소유 여부를 염두에 두지만, 우리나라에는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제도가 있고 또한 주택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과도한 대출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슈바베 지수를 따져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듯 슈바베 지수도 높을수록 부담이 되는데, 이러한 슈바베 지수를 낮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공공주택을 지어 제공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슈바베 지수는 10% 내외이고 또한 엥겔 지수는 15% 정도 된다. 따라서 전체 수입의 25%를 주택과 식비지출에 쓰는 것이다. 옷은 지나치게 비싸면 안 사면 되고 또 값싼 옷을 구입하는 등 대체소비가 가능하지만 집 없이 살거나 밥을 안먹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전체 수입의 1/4은 고정적으로 나가게 된다. OECD 회원국 중에서 비교적 높은 수치라 할 것이다. 한편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있는데, 과연 전체 수입 중에서 교육비 관련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정확한 통계치가 나와 있지 않다. 결혼을 해서 한창 내집마련을 하고 집을 확장해 가는 것이 대개 40대 무렵인데 이 시기는 또한 자녀 교육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우리나라 40대 가장의 어깨가 가장 무거울 것으로 생각된다.
1970~80년대 한국은 경제발전이 진행되면서 소득이 증대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는 물가상승의 폭이 크고 주택가격 역시 상승률이 높아서, 주택을 구매하고 나면 얼마 뒤 가격이 크게 올라서 손쉬운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고도성장의 요람 안에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탄생하던 1970~80년대의 모습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이 진행되어 저성장 시대에 이르면 주택소유는 대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택 외에 기타 상품에의 소비가 진행된다. 자동차, 골프장 회원권, 콘도 이용권 등을 비롯하여 주말주택이나 성인자녀를 위한 도심지 원룸 등 제2주택의 수요가 증가하기도 하고, 고급의 대형가전제품, 주택 인테리어 등 보완재의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소비문화가 가장 왕성하여 과소비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던 1990~2000년대의 모습일 것이다.
그 이후가 되면 주택소비의 주요 변인은 소득 보다는 인구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과거에는 주택을 구매함에 있어 경제력에 따라 좌우되었지만, 주택 보급률 100%를 달성하고 나면 무조건 크고 비싼 집 보다는 가족 수나 직장과의 거리 등에 따라 적절한 집을 선호하게 된다. 현재 한국이 이 시기에 와 있을 것이다. 이미 유럽과 일본의 경우 독신과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도심지 주택과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자가소유보다 임대주택으로 전환되는 현상이며, 결과적으로 슈바베 지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여러 형태의 공공주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자리잡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