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공감대는 형성, 현장 적용은 지지부진

지난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환경을 주제로 한 첫 회칙을 발표하며 “교육과 훈련 없이 인간의 변화는 불가능하므로 환경 교육은 모든 분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9월엔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핵심 국정 의제로 추진한다고 밝혔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앞으로는 환경난민시대가 될 것’이라며 환경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가 특히 활발한 요즘 우리나라 환경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현장의 환경교사·학생·교수·학부생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우리나라 환경교육의 역사와 2015 교육과정
우리나라 학교의 환경교육은 1992년 고시된 6차 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서는 처음 등장했다. 종전까지의 환경교육은 사회, 지구과학, 생물, 화학, 도덕 등 다른 과목에 그 내용이 나눠져 있던 ‘분산식 교육’이었는데 ‘환경’이라는 독립 과목을 추가해 기존 교육과 병행해 나가는 ‘절충식 교육’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환경을 독립 과목으로 편성하는 것에 대해 의견 대립이 컸는데 반대하는 측은 ▲기존 과목의 내용과 중복된다는 점 ▲환경 특유의 방대한 영역 탓에 전문가 양성이 불가능하다는 점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모델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편, 단독 과목으로의 편성을 찬성하는 측은 ▲분산식 교육에선 과목의 관점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져 환경교육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점 ▲체계적인 환경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지난달 확정·발표된 2015 교육과정에서 환경교육은 초등학교의 경우 창의적체험활동에 해당하는 범교과 속에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중학교의 경우 선택과목의 환경 교과로, 고등학교의 경우 생활·교양 교과목의 교양 항목으로 포함됐다. 이때의 교양 항목은 철학, 논리학, 종교학을 비롯한 11개 과목이며 환경 과목은 그 중 하나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환경교육이 설 자리는 전보다도 줄었는데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과 인재상에 환경의 가치관이 반영되지 못한 점 ▲각론의 도덕, 사회, 한국지리, 일반사회, 과학 등의 과목에서 환경 내용이 축소·삭제된 점 ▲각론의 자유학기제, 정보, 진로, 연극과목의 등장으로 환경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점이 그 이유이다.
◇ 멸종위기의 환경교사와 현장에서의 환경교육 요구
전국의 중·고교 교사 25만 명 중 환경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는 293명이고, 그 중 환경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27명이다. 학교 환경교사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더 선발되지 않고 있으며 이번 교육과정이 보여주듯 앞으로 몇 년간은 환경교사가 배출되지 않을 예정이다.
숭문중학교의 신경준 교사는 환경·기술 과목을 가르친다. 그는 본래 대학원에서 환경교육을 전공한 환경 교사였으나 환경교과의 시수가 줄고 환경교사에게 과목 전환 압박이 가해지자 대학시절 제2전공이었던 기술을 수업 교과에 추가시켜 환경과 병행해 가르치고 있다. 신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환경을 가르치며 겪는 어려움으로 “환경을 도구로 보고, 소비자로서 환경에 접근하는 아이들과 거리를 좁히는데 시간이 드는 것”을 꼽았다. 신 교사는 “학교교육방향에서 환경이 아예 배제돼 있는 것이 현재 학교환경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사와 시민단체만이 아닌 학부생과 교수의 행동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국가교육과정의 방향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함께 던질 것”을 호소했다.
환경수업을 들은 숭문중학교 학생들은 “영상으로 수업이 진행돼 재밌다” “핵발전소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이 친환경 에너지에 치중돼 있다” “핵발전소 같은 경우 전문가가 방문해 설명을 한다면 호기심을 더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1시간 수업은 적은 것 같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현재 충북고에서 환경을 가르치는 남윤희(우리학교 환경교육·97) 교사는 “환경 과목에 대한 탄압이 심했던 당시 환경교사의 자리를 지키려 휴직계를 쓰고 관련 대학원에 진학한 교사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쓰이는 자기소개서에 환경 수업과 환경 동아리의 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해 학교에서도 환경과목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결론적으로 교과로서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환경교육의 한계를 밝혔다.
◇ 교수 측, 현재 환경교사의 배출 방식도 의미 있어 이점 잘 살려야 vs 학생 측, 임용 부재 현실 탓에 학과 애정 갖기 힘들어
전국의 환경교육과는 우리학교를 포함해 공주대·목포대·대구대·순천대의 총 다섯 개 대학에 있다. 대구대는 2년 전에, 우리학교는 작년에 통폐합 논의가 있었고, 대구대 환경교육과는 폐지돼 기존 학부생은 부전공을 선택하고, 교수들은 과학교육과로 거처를 옮겼다. 우리학교 환경교육과는 당시 함께 통폐합 대상이 된 과와 대상이 아니었던 과 모두와 연대해 반대서명운동을 하고 학부생의 의견을 모아 대학본부에 전하며 통폐합을 막았다. 당시 학회장이었던 강혜연(환경교육·12) 학우는 “학과통폐합을 막느라 미처 ‘전국대학환경교육과모임’을 추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나라에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부생들끼리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학교환경교육에 대한 질문에 우리학교 김찬국(환경교육) 교수는 “유난히 ‘교과’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환경교육과’를 명시해 놓음으로써 이룬 성과가 꽤 많다”고 봤다. 또 “지금과 같이 환경교육을 전공으로 한 교사가 타 과목의 수업 중 환경교육의 전문가로서 관련 내용을 접합해 수업하는 방식도 환경교육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이두곤(환경교육) 교수 역시 “환경교육을 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한 교사는 새롭게 권장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학부생 차원에서 환경교육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학부생은 일종의 ‘지불유예기간’에 있다고 본다”며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도 필요하나 학부 기간엔 양질의 환경교육을 위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환경교육의 부진은 기성세대인 4·5·60대가 책임지고 해결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환경교육에 대한 소양은 모든 교사에게 해당 된다”며 “학부생이 선두자로서 그 가치를 인식하고, 올바른 함양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주대 환경교육과 학회장 김지혜는 “교육과정이 개편돼 환경교육이 학교에 제대로 자리 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 내부의 문제로는 임용시험(이하 임용) 티오(TO)의 부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공 애정도가 떨어지는 것을 꼽았다. 실제 익명을 요청한 우리학교 환경교육과의 한 학우는 “임용의 티오가 나지 않는 현실에서 복수전공 신청에 대한 불안감과 전공에 대한 애정이 클 수 없는 환경교육과는 학부생을 위해서라도 그 정원이 감축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와 같은 의견에 이 교수는 “환경교육과의 입학생은 임용의 어려움을 분명히 알고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학과 정원 감축을 주장하는 것은 대학 학과의 정상운영을 위한 최소인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어려움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환경교사의 길 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자로서의 사회진출도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