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자유학기제 실시 예정

▲ 공청회 시작 전 교원문화관 앞에서 교육시민단체의 공동선언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학교 교원문화관에서는 지난 8월 6일 2015교육과정 개정안(이하 2015 개정안) 1차 총론 공청회에 이어 9월 4일 2차 총론 공청회가 열렸다.

 

◇ 2015 개정안의 등장 배경과 방향

2015 개정안의 논의는 2013년 전 서남수 교육부 장관 시절,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능개편안으로 3개 안이 제시됐는데, 그 중 제3안은 문·이과 벽을 완전히 없앤 소위 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한 모범적 안이다. 그러나 당시 제3안으로 수능을 개편하는 데 현실적인 장애가 많을 뿐 아니라 기존 교육과정의 변화 없이는 문·이과 통합 수능시행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교육부는 그 대안으로 제3안과 호응하는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그 결과 이번 2015 개정안이 등장했다. 따라서 이번 교육과정의 총론은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의 도입과 중학교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운영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주로 한다. 공통과목은 국어·영어·수학·공통사회·공통과학·한국사이며, 중학교 여섯 학기 중 한 학기를 진로탐색 시간으로 보내는 자유학기제는 내년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 적용될 예정이다.

 

◇ 지난 공청회 얘기 반영·수정한 개정안 제시와 지정토론으로 추가 의견 수렴

지난 8월 6일 1차 공청회에서는 이번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인 창의·융합형 인재에 대해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나 ▲인재상·핵심역량·학교급별 설명의 연계성 부족 ▲교과 ‘안전한 생활’ 신설에 따른 이익집단의 난입 우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운영의 버거움 ▲교과 운용에 있어 자사고와 일반고의 형평성 문제 ▲국어·수학·영어 비중의 적정화 ▲고등학생의 과목 선택권 ▲한자교육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당시 제기된 의견을 중심으로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회와 전문가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현장적합성 여부를 검토했다. 그리고 이를 추가로 반영해 이번 4일, 2차 공청회에서 수정한 내용을 다시 알렸다.

김경자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교육부는 추구하는 인간상·핵심역량·학교 급별 목표의 연관성을 각 항목 도입부과 해설서에 자세히 설명해 현장에서의 이해를 도모했다. 또 초등학교의 안전한 생활은 교과의 성격을 갖되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 시간에 편성·운영해 관련 이익집단의 개입을 예방할 것을 약속했다. 기존 자사고가 가졌던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제한키로 했던 건 예술 교과(군)과 생활·교양 영역 이수단위에만 한정하기로 했다. 또 현행 국·수·영, 개정 국·수·영·한국사인 기초영역 교과의 이수 단위 제한은 50%로 유지함으로써 앞으로의 국·수·영 비중을 감축했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학생들의 인성 함양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창체 시간의 상당 부분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으로 배정돼 창체 프로그램 운영의 학교의 자율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해 운영 시수를 감축했다.

이어 지정토론 시간에는 문·이과 통합의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제안이 많았다. 송인환 사교육없는세상(이하 사교육) 대표는 “융복합 수능제도 개편이 현재 수능제도를 조금 손질하는 수준에서 머문다면, 이번 개정은 무의미하다”며 확실한 수능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강인환 배명고등학교 교사 역시 “이번 개정에서 문·이과 통합이 실현되기 위해선 통합적 학습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결과적으로 진학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청회장 안팎에서의 다양한 요구와 비판

이날 공청회 시작 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을 비롯한 교육시민단체의 “2015 ‘정권’ 교육과정 중단” 등을 주장하는 공동선언과 환경교육위기대응연대의 “환경교육위기” 공동선언이 차례로 이뤄졌다. 이찬성 교육을바꾸는사람 대표는 “교육과정은 국가 차원의 계획이고,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전반적인 교육과정의 성격과 목적을 바꾸고 있어 개정이 신중히 이뤄져야하는데 1년 만에 끝나버렸다”며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이어 신경준 생명환경다양성 재단 운영위원은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한 지구 공동체의 부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린 한국의 교육을 미래는 기억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공청회가 열리는 교원문화관 건물 내에도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며 2015 개정안에 수정을 요구하는 구호들이 가득했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한자가 병기된 국어책을 읽다 보면 한자가 등장할 때마다 맥락이 끊겨 문장을 수월히 이해하기 힘들다”며 초등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반대했다. 또 우리학교 대학원 고덕주(체육교육·13) 총학생회장은 “체육교과 시간 증가로 인한 학교폭력 감소가 명백한 결과로 존재하는데도 제대로 된 상의 없이 체육시간을 감소시켰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공청회의 지정토론이 시작하기 전, 전교조 참여자들은 “연구자들과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토론회는 인정할 수 없다”며 지정토론을 같이할 것을 소리 높여 요구했고, 수차례의 거절 끝에 송인수 공동대표의 제안과 사회자의 승낙으로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 정책국장이 토론자로 합석했다. 진 정책국장은 지정토론에서 교육부의 ‘행정절차법 위반’을 지적하며 그 책임을 물었다. 교육과정 공시를 위한 공청회 개최 시에는 14일 전에 해당 내용과 토론자를 공개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교육부가 여겼다는 것이다. 진 정책국장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공청회는 원천무효”라며 이에 대한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김 정책실장은 “내부에서 더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나 전교조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성의 있는 답을 달라”며 재답변을 요구했다. 김 실장이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공청회 종료 후 참석자 수십 명이 그를 에워싸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우리학교 역사교육과 김한종 교수는 2015 개정안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반대하며 “실제 연구자와 교육자는 현행 교과서 체제에 크게 문제를 느끼지 않고 있는데 전문가가 아닌 정치권에서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현재 우리나라 검정제가 지나치게 통제를 해 이를 완화시켜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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