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산지방법원은 2세 영아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9살 발달장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이 요구한 치료감호청구와 부착명령청구 모두 기각했으며, 판결문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처벌 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으나 이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이미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별로 어렵게 쓴 것 같지도 않지만,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그냥 무죄다. 어떤 책임도 없다. 물론 도의적 책임이 있을 수 있고 민사상으로 재판이 청구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검찰이 항소한다니 어쩌면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대로 원심이 확정된다면, 그 장애인과 보호자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
  필자는 법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법리적 해석이나 법적 판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최소한 법이란 것이 감정에 휩쓸려서 제멋대로 판결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법은 철저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그런 목적에 부합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과연 아이를 잃은 부모의 원통함은 누가 달래줄 수 있는가? 어린 아이들을 죽일 수 있는, 실제로 죽인 사람이지만, 발달장애가 있으니 (가해자든 혹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아이들이든) ‘알아서’ 보호 관리하라는 판결인가? 법에 문외한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바로 얼마 전인 22일에 우리사회의 더 뜨거운 이유였던 사건의 2심 판결도 나왔다. 그 판결에 따라 땅콩리턴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탄 조현아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심에서 인정했던 ‘항공기항로변경죄’는 뒤집혀서 전혀 인정받지 못했고,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자신의 행위가 부사장이라는 지위와 역할 하에 행동한 것으로 적어도 애초 안전을 저해하려는 목적성을 가지고 행동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라고 한다. 물론 지상에서의 항공기 이동이 항로변경이냐, 그런 행동이 얼마나 안전을 위협했느냐, 조현아가 얼마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느냐 등도 다 고려해서 판결했으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재판에 비싼 돈을 들인 그녀와 대한항공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내가 무지한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과연 그녀가 재벌가의 자제가 아니라 일반 서민이었다면(애당초 비행기를 돌릴 권한조차 없었겠지만) 동일한 판결을 받았을까 하는 것이다. 모 비평가는 이번 판결에 ‘유전집유 무전복역’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당장 변호사 고용부터 그렇고 재산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은 우리나라다. 유전집유 무전복역이라는 말처럼 형량도 재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사람들이 공감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물론 부자라서 더 형량을 세게 때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 그런 의심을 살만한 사건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좌우간 개인적으로 최근에 국민의 법 감정과 배치되는 판결들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 사람들에게 법은 대부분 마지막 선택이 되곤 한다. 사법부는 그러한 법의 해석과 판결을 담당하는 유일한 곳이다. 이것이 법조인, 정확히는 판사들에게 철저한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사법제도에 사회적 불신이 쌓인다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사회가 다시 감당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지 않게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부도, 국민들도 안정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 큰 비행기까지 돌릴 수 있었던 ‘갑’질의 책임은 (아직까지는) 150일 남짓한 교도소 체험이 전부이다. 아, 집행유예가 확정이 되면 판례로 남으니 앞으로 1심에서 바로 선고될 수도 있고, 그러면 유사 사례가 발생해도 아예 교도소 체험을 할 필요가 없겠다. 법은 법적안정성을 통해서 사회 질서를 생성하고 유지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결국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것이 그녀에게, 다른 재벌가의 자제분들에게, 수많은 갑질이 진행 중인 우리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법은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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