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이 상품화 되는 노동환경 개선 필요해

감정노동이란 조직적으로 조장되고 요구되는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600만 감정노동자는 자신의 감정과 무관한 감정을 강요받고 있다. 감정노동자가 감정불감증, 대인기피증을 앓는 판국에도 고객을 가장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환자를 가장한 ‘미스터리 페이션트(Mystery Patient)’는 감정노동자의 감정과 서비스를 시시각각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의 감정은 점점 상품화되고 노동자는 소모품으로 전락해왔다.
◇ 감정노동자를 통제하는 ‘빅브라더’
감정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말 그대로 ‘열악’하다. 라면을 제대로 끓여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고 언어폭력과 성희롱 앞에서도 친절과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노현석 연구원은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기업문화는 일본과 한국 등 소수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다. 특히 백화점 같은 서비스 업종의 고객응대 매뉴얼은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은 판매직 노동, 콜센터, 의료업 등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고객감동경영’이라는 사조 아래 감정노동을 강요받는다. 사업자는 ‘친절교육’, ‘모니터링을 통한 인사 및 징계’, ‘이달의 스마일 상’ 등의 메커니즘으로 노동자의 감정을 통제·감시한다. 오직 사업자의 이익 증대를 위해 감정노동자는 그들의 영혼까지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감정노동자는 이러한 부당함 속에서도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감정노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정노동자는 자아의 이중화, 정신질환을 앓아 결국에는 정상적인 노동을 이어나갈 수 없게 돼 생활고로까지 이어진다.
◇ 건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제도 개선
근로기준법 제8조에 의거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떤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객 또는 상급자로부터 가해지는 폭력과 폭언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역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의원은 감정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사업주는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실시, 노동자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의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지난 4월 29일 감정노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감정노동 토론회에서 전순옥 의원은 “우선 정부와 기업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측면뿐 아니라 경영 전략적 측면에서도 감정노동 해결책이 제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미스터리 쇼퍼’, ‘미스터리 페이션트’ 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자의 감정을 존중하는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우리 사회 소비문화 저변에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감정노동자의 고통에 대해서 침묵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민동원 교수는 논문을 통해 “고객은 왕이다 등의 인식이 항상 고객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오히려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님이 왕이다’와 같이 노동자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인식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으로만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이에 노현석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의 독특한 서비스 문화 즉, 고객에 졸도할 때까지 친절해야 한다는 괴이한 문화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와 서비스를 제공 받는 소비자 모두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고, 동등한 시민이라는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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