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적극적인 언어 문화 개선 필요

두 살 터울의 자녀를 두고 있는 김미영씨(가명·40)는 11살 딸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이 보고 있던 SNS에서 딸아이의 친구들이 댓글로 온갖 욕설을 남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아이가 더 이상 그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삭제한 후,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이런 말 쓰는 친구들이 많니?” 아이가 답했다. “응.”
2011년 KBS한국방송이 실시한 <청소년 욕설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 욕설을 처음 시작했다는 학생의 비율이 조사에 참여한 전체 학생 중 73.6%를 차지했다. 이 중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욕설을 시작했다는 비율이 23.3%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이들이 처음 욕설을 배운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32.4%, 초등학교 고학년이 49.4%로 총 81.8%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시기 욕설을 처음 접하고, 배웠다.
청소년의 욕설 사용은 학교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10년 실시한 <학생 언어사용 실태 관련 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66.1%의 교사가 ‘학생의 대화의 반 이상이 비속어이거나 또는 대화 중 조사를 제외하면 욕설과 비속어, 은어’만이 남는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교사 앞에서는 그나마 비속어 사용을 자제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또한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은어 사용을 얼마나 자주 보거나 듣느냐’는 질문에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이 56.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굳이 교사가 아니더라도 길거리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비속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된다.
최근 청소년의 욕설 사용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원인은 각종 언론매체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보편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10대 청소년들에게 국한되었던 욕설 사용 문제가 초등학생까지 확장됐다. 또한 영상매체의 무분별한 시청도 욕설 사용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프로그램이 비속어 사용으로 꾸준히 지적당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된 점은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TV방송에서도 방송 시작 전 시청 제한 연령을 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욕설을 접한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어린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욕설을 사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인천대 국어교육과 김평원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비속어를 일상어처럼 사용하면, 점차 익숙해지면서 계속해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자극적인 욕설을 찾게 된다”며, “비속어 사용은 점차 욕설로 인한 언어폭력의 문제로 확장되어 결국 왕따, 학교 폭력 문제의 불씨로 작용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위의 실태조사에서 초등학교 때 욕설을 배웠다는 학생의 비중이 81.8%임을 고려한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욕설 사용 개선과 관련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전 과목을 담당하기 때문에 학급에 따라 다양한 언어문화 개선 프로그램의 구성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주로 예방 교육 차원에서 국어과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과목들을 통합하여 실시할 수 있다. 언어문화 개선 프로그램에 대해 김평원 교수는 “욕설의 뜻을 정확히 교육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처음 욕을 배우는 시기인 초등학교 때가 가장 효과적이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욕설과 언어폭력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토론하게 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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