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피켓시위 진행 중, 학교 측은 ‘직접 고용 아니다’ 책임 미뤄

피해자 A씨에게는 언제부턴가 의자에 앉을 때마다 바깥을 향해 몸을 비틀어 앉는 습관이 생겼다. 가해자 B씨와 1년간 함께 일한 수위실 안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소파 때문이다. A씨와 B씨가 함께 앉아있을 때면, B씨는 꼭 A씨의 손을 만지려 했고 그것을 피하려고 생긴 습관이었다. 청소미화원 중 나이가 어린 편인 A씨는 나이 차이가 10살도 넘게 나는 B씨에게 직접적으로 싫다고 항의할 순 없었다. 2인 1조로 함께 일하는 업무방식에서 관계가 뒤틀어지면 불편한 것은 A씨 쪽이었기 때문이다.
A씨가 수치심을 느낀 일은 이뿐이 아니었다. “나는 하루에 2번은 해야 하는 사람인데, 내 아내가 허리를 다쳐서 못하고 있다”는 등의 직설적인 성적 발언들부터 농담 가장한 성적 희롱들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일을 할 때면 꼭 뒤를 따라 들어왔다. 컴컴하니 적막만 흐르는 화장실에 굳이 따라오는 B씨가 두려웠음에도, 이때도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장난치듯 그 상황을 뿌리칠 뿐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B씨는 나이에 따른 예절을 중히 여기는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A씨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여러가지 (음식을) 먹는다”고 말하자 B씨는 화를 냈다. “여러 가지 한다”로 잘못 듣고 화를 낸 것이다. B씨는 기자에게 “여러 가지 한다”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먹는다” 역시 아랫사람에게나 하는 말이라며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B씨는 말투와 일하는 방식 등에서 본인의 마음에 거슬리면 화를 내거나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다. 한 평 남짓 되는 조그만 수위실 안에서도 B씨는 할 말이 있으면 칠판에 써놓을 뿐, 직접 말을 걸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성희롱과 폭언 및 무시가 이어졌어도 항의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는 데 항의를 한다면 일에 더욱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보복 역시 두려웠다. 가장 막내인 A씨는 간간이 남편에게 힘든 상황을 하소연할 때조차도, B씨와 가급적이면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B씨가 개인적인 감정 및 평소 불만 등을 이유로, A씨를 비롯한 우리학교 청소미화원 17명이 소속된 청소미화원 노동조합(이하 청소노조)을 나간 5월 이후부터는 더욱 힘들어졌다. 더 이상의 성희롱은 없었지만 둘 사이에 말이 거의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차라리 자신이 근무장소를 떠나고 싶었다. 우리학교는 청소미화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청소미화원과 학교 사이에 용역업체를 뒀기에, 처음에는 그 용역업체에서 학교로 파견한 1명의 반장에게 근무지 이전을 요청했다. 7월부터 서너 번 요청했으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결국, 8월 중순에야 신성호 청소노조위원장을 통해 학교와업체 측에 “짝꿍(B씨)이 말을 하지 않아 일에 차질이 많으니나(A씨)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성희롱 발언에 대해 언급했고 대학본부 앞에서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학교에선 며칠 뒤에나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A씨가 학교 측에 이야기한 뒤, A씨와 친한 여성 청소미화원에게 B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와 업체 측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나를 옹호하더라”며 “A씨와 노조위원장을 가만두지 않겠다. 불태워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A씨와 노조위원장 집 근처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고도 며칠을 B씨와 함께 단둘이 일해야 했다. 도살장에 끌려들어 가는 소가 된 기분이었다. 보복이 두려워 매일 끙끙 앓았다. 9월이 되서야 B씨가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일단 B씨와 떨어져도 된다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새 근무처로 옮기기 위해 기존 근무지의 짐을 옮기러 오던 날, B씨는 커피 한 잔을 타주며 ‘그동안 미안했다’고 했다. B씨가 무섭기도 하거니와 이제 함께 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한편으로는 가해자 처벌을 원했지만 마음이 굳게 먹히질 않았다. 처벌에 대해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면, 처음 수치심을 느꼈을 때부터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A씨에게 재발 방지와 본인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나서는 것에 머뭇거리던 A씨를 대신해 동료 청소미화원들이 다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학교측에서는 시종일관 “직접 고용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1년마다 바뀌는 용역업체에서는, 학교 측에서는 관심도 없는 문제에 구태여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피켓시위마저 없었다면 가해자와의 분리도 기대하기 힘들었으리란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다시 시작한 피켓시위에 학교 측은 “원하는 것이 가해자와의 분리라고 말해서 분리가 됐음에도 굳이 또 시위하는 이유가 뭐냐”는 입장이었다.
직접 고용이 아니란 이유로 책임을 떠미는 학교 측을 바라보며, 사도교육원 성 상담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성희롱에 관한 상담을 요구하자 상담소에서는 “규정상 학교 직원(청소미화원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비직원이자 비정규직이다.)과 학생들만 상담해줄 수 있다. 대신 다른 외부 상담소를 소개해드리겠다”고 했다.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도 상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니….” 문득 정식직원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외면 속에서 버텨온 지난 시간이 스쳐갔다.
용역업체에서는 가해자 처벌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연다며 관계자들에게 서울 본사로 올라오라고 했다. 한 달도 넘게 지난 지금일지언정 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것에 기뻤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여기까지 온 것에 서운하기도 하다. 이제는 인권위원회에의 제소와 형사 처벌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지난 기간을 참아온 만큼 더 참고도 싶다. A씨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과 아들이 있고 그들은 아직 정확한 피해 사실을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피해자이기에 숨기고 싶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여전히 피해자 A씨는 괴롭다.

침묵하는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2011년 2월. 우리학교에서는 청소미화원의 농성이 있었다. 청소노조가 생기고 난 뒤, 노조원들이 재계약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학교는 용역업체와 1년에 한 번 계약하며, 용역업체에서 청소미화원을 관리 및 고용한다. 학교 측에서는 1년이 지나 용역업체가 바뀌며 노조원들이 재계약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수없이 바뀌어도 7년을 지속적으로 일해온 사람이, 청소노조를 만들자마자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재계약되지 않은 부분은 석연치 않다.
그 당시에도 총무과 김청안 계장은 “용역 업체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가 되기 때문에 제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직접 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는 말과 흡사하다.
하지만 신성호 청소노조위원장은 “사실상 업무 지시나 인사 문제 역시 학교 측이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학교 측이 문제가 생길 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올해 용역업체에서 파견한 반장의 폭언 등의 문제 때문에 반장 교체권에 합의했으나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용역업체와 학교가 청소 미화원들에 가지는 미진한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청소 노동자의 간접 고용 문제는 우리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진통을 겪어왔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비정규직 중에서도 하위 계급에 속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늘‘규정’을 운운하며 그들을 외면한다. 부조리함에 힘들게 뭉친 청소노조원들의 석연치 않은 계약만료에도, 학교 부지 내에서 일어난 성추행에도, “권한이 없다.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그러나 그 후에도 우리가 판단을 내릴 순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
학교는 매년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학교에서 내세운 기준을 만족하면서도 가장 가격이 싼 곳이 입찰 된다. 입찰된 용역업체는 인건비의 10%와 자재비의 5%를 가져간다. 학교 측에서 용역업체와 청소 미화원에게 직·간접적 간섭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다. 양측의 이야기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침묵하는 학교측에서 운운하는 ‘간접 고용에 관한 규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예전부터 그래왔기에 지금도 그래야 한다는 우스운 변명이 한국교원대학교에는 없기를 바란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잘못된 일에 침묵한다면 우리는 모두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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