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
이 글은 ‘인간의 대지(생텍쥐페리)’, ‘오만한 제국(하워드 진)’을 인용해 작성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주장하는 정치적인 주의란 것도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인간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것인가를 우리가 미리 알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리아 내전이 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시리아는 전 국민의 8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학령기 아동의 절반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됐습니다. BBS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의 한 공장 노동자는 지난해 알파두스 거리에서 벌어진 공격의 후유증을 묘사하며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아이들의 시신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며 참상의 끔찍함을 전했습니다. 수많은 난민들이 구걸과 성매매, 미성년 노동과 조혼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애당초 시리아 사태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에 이어 민주화를 요구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이에 따라 1971년부터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알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데 기인하는데요, 정부군이 독재에 반발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게 되면서 내전으로 확산됐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어느 한 단면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그 불씨는 독재 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으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세속주의-이슬람주의의 대립이라는 정치적 갈등, 시아파-수니파의 대립이라는 이슬람 종파간의 대결이 존재합니다.
알 아사드 정권은 세속적 사회주의 노선을 취하는 독재 체제를 영위해 왔는데, 이에 반해 내전을 주도한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정치를 엄정히 강조하며 정치적 갈등을 빚었습니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갈등이 이슬람 내부의 종파 대결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알 아사드 지배층은 시아파, 무슬림 형제단은 수니파를 대변하는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겠죠.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종파로 인식되는 수니파와 시아파는 후계자를 어떻게 지명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둘러싸고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극심한 갈등 상태를 이어왔습니다.
장기 독재를 타도하자는 움직임에서 시작해 정치적‧종교적 갈등까지 극화된 상황에서 극단 이슬람 무장단체인 IS(Islam State: 이슬람 국가)가 개입하면서 상황은 나락으로 치닫습니다. IS와 시리아 정부군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 상대방을 처단하겠다는 명목 하에 무자비한 살상을 가책 없이 저지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죠. 시리아의 ‘위반기록센터’(IDC)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민간인 3천 명이 사망한 데 반해 반군 사망자는 35명에 불과합니다. 사망자의 99%가 민간인인 것입니다.
IS는 극단주의 수니파로 구성된 테러조직입니다.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며 아랍 국가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데요. 이들의 목표는 ‘칼리프(이슬람의 종교‧정치 합일 지도자)’가 통치하는 이슬람 신정 국가를 세우는 것입니다. IS는 초기 1만 2000명 정도의 병력으로 시작해 현재에는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영국‧프랑스 등 100개국 3만 명의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한 청년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떠난 것이라는 사실이 보도됨에 따라 뭇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IS는 독자적으로 마치 국가와 유사한 운영체계를 구비하며 잔혹하고 보수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합니다.
국제사회가 IS의 잔혹함에 경악하는 사이 시리아 정부군은 IS를 척결한다는 구실을 들어 민간인과 반군을 대상으로 한 참상을 나날이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독재정권을 타도하자는 움직임이 IS 척결의 과정으로 변질된 것이죠. 덕분에 독재 정권은 여전히 건실히 자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전 초기에 요구됐던 민주적인 요구가 실패하고, 이러한 움직임이 종파간의 무력 투쟁으로 변질된 것은 시리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외세가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러한 양상이 더욱 극화됐기 때문이겠죠. 터키는 2011년부터 2년에 걸쳐 시리아 반군 세력인 ISIS(현재의 IS)를 지원했으며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차관은 “아사드를 무너뜨릴 계획이 있는 사령관은 무엇이든 필요한 무기와 자금을 얘기하라”며 반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고, 가장 영향력 있는 반군 세력으로 등장한 IS가 시리아 내전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됐죠.
외세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습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 및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었으며, 이는 이들 국가와 대립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내전에 개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 할 만합니다. 특히 전 국민이 수니파를 신봉하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세력 팽창을 두려워하며, 시아파 세력인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했습니다. 독재정권에 반하는 시위가 시리아 내 정치적‧종교적 갈등으로, 뒤이어 중동 지역의 시아파-수니파의 대결로 변모했고 러시아와 미국은 대립각을 세우며 복잡한 이해관계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IS를 겨냥한 미국의 공습을 두고 러시아는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사막이 되어 버린 세계에서 우리는 동료를 찾아내려고 갈망했었다. 동료들과 나누어 먹는 빵맛은 우리에게 전쟁의 의의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어깨를 나란히 겨루어 나가는 정열을 찾기 위해 전쟁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전쟁은 우리를 속인다. 증오는 경쟁열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미워하는 것일까? 우리는 같은 별을 타고 있는 한 배의 선원으로서 연대 책임을 갖고 있다. 새로운 종합을 이루기 위해 각 문명이 서로 맞서는 것은 좋다 하더라도, 그 문명들이 서로 물고뜯는다는 것은 끔찍스러운 일이다.
우리를 해방시키려면 우리 서로를 맺어 주는 하나의 목표를 우리 스스로 자각하도록 도와 주는 것으로 충분한만큼, 우리는 그 목적이 우리 모두를 연결해 주는 곳에서 그 목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리아 내전을 틈탄 IS는 몸집을 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고요. 독재 정권은 오히려 미국의 전략이 알 아사드의 축출이 아닌 IS의 격퇴로 변경된 덕분에 독재를 유지할 수 있는 명목이 마련된 셈입니다. 아사드는 이 명목을 바탕으로 해 자국민에게 화학무기까지 겨누며 독재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나쁜 것으로 보지만 동시에 어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여깁니다. 그렇기에 지배층은 전쟁을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으로 나누며 특수한 상황에서는 폭력과 전쟁을 허용하는 것이죠.
그러나 전쟁 또는 전쟁준비를 위해 동원되는 변명들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무기 보유자를 위험에 빠뜨리며 이러한 국면에서 봤을 때 선량한 민간인들을 살육하지 않고 전쟁이 종식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오히려 전쟁이 동원돼야 하는 이상(理想)이 아니라 살상 그 자체를 정당화하게 됩니다. 현 상황에서 IS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시리아 내전과 관련된 집단들이 얽혀있는 주요 쟁점들을 포괄할 수 있는 평화협정이 필요한데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작점이 어디든 상황이 어떻든 간에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해당 사안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힘은 평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니까요. 시리아가 겪고 있는 끔찍한 내전을 외면하지 말고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도 일종의 작은 노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