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출마 당시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500만 원 벌금형을 부과함으로써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1심). 이와 같은 판결을 바탕으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교육단체들은 교육감 직선제의 무용함을 주장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조희연 교육감 개인의 판결을 넘어 교육감 직선제 제도 자체에 대한 유죄판결”이라며 관선교육감 체제로 복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뒤 전국에서는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감’이 대거 선출됐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감을 민심의 합의로 선출하자는 일종의 약속으로써 도입됐다. 그러나 선출된 진보교육감들이 펼치는 다소 혁신적인 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될 때마다 보수진영은 교육감 직선제가 ‘최악의’ 제도라며 사사건건 이를 비판해 왔다. 조희연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으로서 보수진영이 탐탁지 않아 하는 혁신학교 추진 등 진보적인 정책을 수립해 왔으며 보수진영은 줄곧 이에 반박해 왔다. 혹여나 보수진영이 진보교육감의 출마‧당선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무시한 채 교육감 직선제를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의 입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일차원적인 이유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직선제로 선출된 서울 교육감 4명이 모두 법정에 선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선거제도라는 ‘고도의 정치행위’로 교육수장을 선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고도의 정치행위’ 없이 치러지는 관선은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방식은 민심이 원하는 바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정치행위를 ‘상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로 한정하며 이와 같은 행위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행위의 다면적인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행태다.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행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설사 아직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어 교육감 후보자의 인적 사항과 공약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치르는 ‘깜깜이 선거’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들어 직선제 자체를 폐지한다는 주장은 직선제 도입의 의의와는 괴리된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존속 여부는 조희연 교육감의 혐의 인정과는 별개로 인식해야 할 문제이다.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획일성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과는 별개로 독립된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 관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이 정부가 제시하는 단일한 방향에 그대로 발을 맞춰 교육 정책을 진행해 나가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우리 교육이 획일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