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수다가 아닌 당사자들의 대화가 중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배가 불러있었다. 살쪘다고 놀렸지만 알고 보니 임신. 아이의 아빠는 CC인 남자친구였다. 하지만 내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캠퍼스는 대학생 부모들로 넘쳐났고, 강의실은 아기 울음소리가 점령해버렸다.

웹툰 복학왕 35화 ‘출산율 1위’의 내용이다.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대학가에 이런 일이 많다"며 동의하는 댓글도 달렸다. 복학왕 작가인 기안84는 이번화로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성생활을 꼬집은듯하다.

이번 문화면에서는 대학생의 성의식과 성문화, 이와 관련된 우리학교 가정교육과 최새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유와 책임, 그리고 예의

모든 일에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자칫 방종에 빠지기 쉽다. 이는 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성인의 기준은 만 19세다.(민법 제4조에 의거) 일반적으로 대학생이 되면 성인이 되는 것이고, 이제 그들은 성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가진 책임의 무게를 알아야할 나이다.

일차적으로는 성관계 후의 임신이나 성병의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과 성관계를 갖고 싶나’, ‘나의 가치관에 모순되지는 않는가’ 등 끊임없는 자문자답을 통해 확신이 선후에 성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의 웹툰의 내용처럼 아직 대학생인 남녀가 자녀를 낳았을 때, 우리는 이를 적절한 시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하는지’ 암묵적으로 규정된 적절한 시간과 순서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에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기대하는 식의 사회적인 시나리오가 정해져있다. 이때,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겪게 되는 개인의 어려움이 책임에 포함된다. 그 어려움은 부모라는 타이틀 아래 포기해야하는 것들로 인해 자신이 원했던 삶의 경로가 달라지는 것이겠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자유에 대한 책임을 깨닫기도 전에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조금 더 성인에 속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부모나 선생님 혹은 선배들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책임을 갖췄다면, 이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출 차례이다. 섹스는 양자 간에 이뤄지는 일이다. 상대에게 이 성관계의 의미가 어떠한가를 알아야한다. 만약 나는 일시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상대방이 지속적인 관계를 원할 경우, 이를 알면서도 관계를 갖는 것은 그를 유린하는 것이다.

즉, 성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 최 교수는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행동에 대한 결정을 내렸는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관계에 있어 상대방의 대한 배려는 이뤄졌는가”를 꼽았다.

 

◇ 性개방화

가톨릭상지대학교 간호학과와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이 2012년 서울 소재 2개, 충청 2개, 강원 소재 2개 등 총 6개의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5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총 562명 중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368명으로 65.5%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71.5%, 여학생이 60.2%가 성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2년 전 선행연구와 비교하면 성경험률이 10~2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여학생은 2년 사이 최대 42% 뛰었다. 2012년에서 3년이 지난 지금, 또 몇 퍼센트나 증감률을 보였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사 당시 연구진은 ‘사회적인 통념의 변화와, 전 세계적으로 성 자유화 물결의 보편화와 함께 한국에서의 개방화 추세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서 ‘성개방화’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성개방화라는 것은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성관계를 갖는 당사자들 간의 개방화이고, 다른 하나는 미디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인한 사회적 개방화다. 최새은 교수는 “성관계에 있어 당사자들 간에 서로가 감추는 것이 없이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건강한 성이고 당사자들 간에 성이 왜곡되지 않는 방법이다”고 말한다. 또한 “성에 관한 정보가 많은 것은 좋지만, 미디어에서 가볍게 다루는 것이 좋은 정보를 준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이는 서로 간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중매체에서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이 가볍게 왜곡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노출되는 상품화된 성은 사람들에게 허상을 각인시켜 그 모습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출 위험이 있다”고 대중매체의 위험성에 대한 주의를 줬다.

일반적으로 성관계는 ‘intimacy’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행해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성관계가 행해지는 둘 사이에서 개방돼야함을 뜻한다. 자칫 미디어 상에서 상품화된 성이 자주 노출되는 것이 건강한 것이라고 오인하는 것은 성개방화라는 표현 하에서 조심해야 되는 것들이다.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자유에 취해 책임을 방종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건전한 성생활·성문화를 만들어 가기위해 그들의 성(性)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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