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형 교수(왼쪽)

  화학에서는 여러 가지 분광학적인 방법으로 물질의 특성을 측정하여 그 물질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여기에는 분자의 전자 궤도함수의 에너지를 측정하는 자외선/가시광선(UV/Vis) 분광계, 분자의 진동/회전 준위를 측정하는 적외선(IR) 분광계, 주로 분자 내의 수소 원자들의 주변 상황을 측정하는 핵자기 공명(NMR) 장치, 분자를 이온화하여 그 해리된 이온들의 질량들로부터 분자의 구조를 확인하는 질량 분석기(Mass Spectrometry) 등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 중 질량 분석기를 제외한 스펙트럼들은 양자화학의 발달로 인하여 여러 양자화학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매우 정확하게 재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질량 분석 스펙트럼을 계산으로 구하는 것은 2002년 웨인대학교(Wayne State University)의 윌리엄 하서(William L. Hase) 교수(현재 텍사스 공과대학교(Texas Tech University) 석좌교수)가 glycine-H+ 이온의 표면 및 충돌 유도 해리 반응을 연구하면서 가능해졌다. 본인은 그 후 2003년의 diglycine-H+ 이온의 표면 유도 해리 반응을 필두로 여러 반응들에 대한 연구를 하서(Hase)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꾸준히 계속해왔다. 또한 2009년부터는 파리의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소(CNRS)의 연구원인 리카르도 스페찌아(Riccardo Spezia) 박사와 요소(urea-H+)의 질량 분석 스펙트럼 시뮬레이션을 시작으로 이 분야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화학 반응은 원자핵이 움직여서 일어난다. 즉, 핵이 움직여서 서로 멀어지면 결합이 끊어지고 가까이 오면 결합이 형성된다. 핵의 움직임을 고전역학, F=ma를 풀어서 추적하면 화학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 때 핵에 가해지는 힘은 전자가 주는데 이것은 컴퓨터의 발달로 인하여 매 순간 직접 양자화학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이온을 아르곤 같은 활성이 없는 기체와 충돌시켜서 시간에 따른 핵의 좌표를 계산한다. 이 결과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처음 이온이 어떤 형태로 해리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실험에서도 이런 충돌 과정이 진행되지만, 실험에서는 생성물 이온들의 질량만 알 수 있고 그 구조나 형성 과정은 추정하거나 추가실험을 통해 구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의 방법은 생성물 이온 뿐 아니라 중성 조각들의 구조, 그것들이 충돌 이후 형성되는 과정까지를 볼 수 있어서 실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방법은 유기 분자, 펩타이드, 스테로이드 등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도핑시스템 등 순수화학은 물론이고 응용화학의 매우 많은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화학회> 학술 발표회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렸다. 본인은 리카르도 스페찌아(Riccardo Spezia) 박사와 함께 3월 24일 화요일 오전 9시에 분석화학 분과에서 위의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 많은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특히 독일의 오랜 전통의 데 그로이터(De Gruyter) 출판사(www.degruyter.com)의 화학분야 편집책임자인 카타리나 부치(Katharina Butch) 박사가 단행본 출판을 제의해왔다. 250 페이지 가량의 영어로 된 단행본을 스페찌아 박사와 함께 내후년 말까지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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