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시민교육 위해 전반적인 교육과정 변화 필요해
지난해부터 경기도교육청은 도내의 각 급 학교에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이하 민주시민)』 교과서를 배포했다. 『민주시민』 교과서는 2013년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개발해 선보인 것으로, ‘더불어 사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교육지표의 실현과 창의지성교육을 통한 ‘자기 생각 만들기’를 위해 편찬됐다. 교과서의 집필·연구·심의에는 경기도내 초·중등 교원과 교수들이 참여해, 2012년 말부터 약 1년여 동안 다양한 논의 및 수정·보완을 통해 개발됐다.
◇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란
『민주시민』 교과서는 경기도교육청이 개발한 창의지성교과서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3~4학년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의 4종이 발간된다. 경기도교육청의 창의지성교과서는 『민주시민』 교과서 외에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철학 교과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용 경제 교과서 등이 있다. 이들 교과서는 ▲창의지성역량 강화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과 직결된 내용 ▲다른 교과와의 융합 및 토론 등을 통해 주체적인 사고를 함양하고 진로·체험·문화적 소양·사회적 실천 등의 분야에서 수업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4종의 『민주시민』 교과서는 학생들이 한 명의 시민으로 생활하고 사고하는데 필요한 주제들로 구성된다. 이에 교과서 내에 인권·노동·다양성·평화·민주주의·미디어·선거 등 민주시민의 소양에 관련된 내용을 담아, 각각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의 경우 ‘함께 결정해요’, ‘나는 소중해요’ 등의 8개 단원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의 경우 ‘차이가 차별이 될 수는 없어요’, ‘사람들은 일을 해요’ 등의 8개 단원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청소년은 성장하는 시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요?’, ‘미디어, 세상을 보는 창입니다’ 등의 12개 단원 ▲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인권과 시민’, ‘민주주의와 참여’ 등 8개 단원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민주시민』 교과서를 통해, 교과서가 담고 있는 민주시민의 소양을 소재로 토의·토론하게 된다. 이를 위해 『민주시민』 교과서는 생각 말하기·자료 해석하기·의견 말하기·글쓰기·체험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제시하고, 학생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며 시민의 역할과 자질을 떠올려보는 계기를 갖는다.
위와 같은 내용의 『민주시민』 교과서에 대해, 초등학교 3~4·5~6학년 교과서를 심의한 동국대학교 조상식(교육학)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위주 교육풍토의 고질적 문제인 지식 중심 교육으로 인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치교육과 인성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시민』 교과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에 필요한 핵심적인 가치와 규범들을 계열성·위계성·통합성에 입각해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심의한 공주대학교 유종열(일반사회교육)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국가와 세계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글로벌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창의적 사고와 참여, 배려, 공감, 연대 등 시민적 자질을 키우는 것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의 뜻을 나타냈다.
◇ 학교현장에서의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
2013년 개발된 『민주시민』 교과서는 경기도교육감 인정도서로, 이듬해 경기도내의 대다수 초·중·고등학교에 보급돼 수업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이후 다른 시·도 교육청으로 확산돼, 경기도교육청과 더불어 서울특별시교육청·광주광역시교육청·충청남도교육청·전라북도교육청의 5개 교육청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공된 『민주시민』 교과서가 학교현장에서 활용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 1개 학년을 중심으로 교과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다른 교과와 연계해 토론·논쟁 방식 수업의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중등학교에서 공식교육과정에 ‘민주시민’이라는 이름의 선택 교과로 편성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민주시민』 교과서는 수업시간의 정식 교과서로 활용하게 된다. 다만 두 방식 모두 교과서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쟁점 토론 형식의 교과서 구성을 간단한 상황극으로 표현하거나 게임수업의 형태로 변형하는 등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재구성하게 된다.
학교현장에서 『민주시민』 교과서에 대한 반응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수원의 유신고등학교 정경수 교사는 “학생들은 『민주시민』 교과서가 기존의 교과서보다 다소 어려운 감은 있지만, 자신들의 실생활 혹은 이슈가 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냥 한 번 읽어보는 흥미로운 보조교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만, 교과서 자체보다는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많이 다르다”고 학생들의 반응을 밝혔다.
『민주시민』 교과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학생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교사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정 교사는 “기존 교과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교사들은 교과서가 신선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학생들과 함께 소화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선뜻 교과서를 갖고 수업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반면 기존의 지식 중심 교과서에 많은 회의를 느끼며 시민교육과 토론·토의 수업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들은 교과서에 미디어·노동·파업 등 학생들의 삶의 내용을 반영한 노력을 높이 평가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에 대해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 동북아시아의 평화 문제, 성(性)적 취향의 문제, 노동자의 권리와 역할, 사회적 부의 분배와 정의 문제 등이 민감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며 “좀 더 논쟁적이며 현실에서 학생들이 시민으로 꼭 다뤄봐야 할 이슈와 내용을 다루고 있지 못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더불어 정 교사는 “가능한 한 현실에서 이슈가 됐던 내용을 그대로 다루려다보니, 교과서의 어휘와 용어가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와 시민교육
중학교 『민주시민』 교과서의 집필진은 머리말을 통해 ‘청소년은 시민이다. 이 선언의 참뜻은 청소년이 바로 우리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중략) 이렇게 우리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라며 시민교육의 교재로서 『민주시민』 교과서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사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는 실질적으로 시민양성이라는 교육목표를 등한시하거나 혹은 반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시민양성’이라는 교육 목적을 어느 정도라도 달성하고자 한 『민주시민』 교과서를 통해 시민교육을 실천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민주시민교육원 김수철 원장은 올바른 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다각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 이후에야 공동체에 올바른 규율이 서고, 그것을 준수하는 선진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등의 일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남의 문제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생활습관·마음의 습관이 변해야 할 실천적 논의가 필요하고, 그것을 시민교육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학습위주의 서열화 교육과, ‘생각하기·인식하기·실천하기·배려하기’를 위주로 한 시민교육은 병립하기 어렵다”며 “교육의 목표를 ‘좋은 공동체의 성립과 그것을 만들 좋은 시민 육성’에 방점을 둬, 기본적으로 모든 교육이 인성교육과 시민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교육과정에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며 올바른 시민교육을 위해 우리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