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3. 11. 25.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또다시 무산됐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보궐선거에서도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학교에는 2년째 총학이 서지 않게 된다. 그런데 총학이 서지 않게 되는 현실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학교는 총학 존재의 당위성에 논란이 제기될 만큼 총학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주체는 놀랍게도 바로 학생들이다. 학생이 학생자치기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당장에 그 필요성을 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또는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한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13학번 학우들은 입학부터 현재까지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 체제만을 경험해봤다. 그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제대로 된 학생 자치를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대학교에서마저 학생 자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실 학생 자치 위기론은 매년 거세게 제기되는 문제이다. 특히 우리학교의 경우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는 총학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게다가 총학의 역할을 단지 축제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 주최에 두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렇다보니 확운위 체제로도 충분히 학내 일을 꾸릴 수 있으며 오히려 확운위 체제가 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확운위 체제는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당장 뚜렷한 계기가 없으면 느끼기 어렵다. 학생 전체의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총학과는 달리 확운위는 총학의 부재 속에 과학생회장단으로만 구성된 체제이다. 즉, 스스로 학생의 대표를 자임하며 출마해 투표를 통한 학우들의 인정을 받은 총학과, 총학의 부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학생 대표를 맡게 된 확운위의 대표성은 대내외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교 당국과의 협의·조정 과정 등과 같이 학생 의견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확운위는 총학만큼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어렵다.
당장 12월에 열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만 보더라도, 총학의 부재가 가져올 직·간접적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등심위란 등록금 책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교수협의회장이 추천하는 교원(교수) ▲직장협의회장이 추천하는 교원(직원) ▲학부생, 대학원생, 교육대학원생, 교육정책전문대학원생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다. 각각의 학내 구성원 대표자들이 모여 등록금 예산에 대해 심의하는 자리에, 총학 대표가 참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여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시국선언 문제 역시 총학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남겼던 사례이다. 시국선언은 학우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했던 확운위 측의 의견수렴 진행 및 결과 번복으로 인한 비판이 많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여기에는 확운위의 역량 부족이 문제였다기보다는, 확운위 의장이 뚜렷한 학생 대표자로 자임하기 어려웠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렇듯 확고한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은 이벤트성 행사의 주최가 아닌, 실제적인 학우 의견 수렴 및 학우 의견 대변이 필요한 경우에 두드러진다.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이 나날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학교는 교원양성기관이라는 특성 탓인지, 정치적 입장 표명을 불편해하며 그에 따라 정치적 견지를 내보일 수밖에 없는 총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생자치기구의 존재는 그 유무를 따져 손익을 계산할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있어야 하는 ‘당위’ 차원의 문제다. 현재 우리학교는 총학이 또다시 부재할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절대로 총학의 부재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