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기성회비 대신 등록예치금 고지… 총학, 등록예치금 소송 주도
작년 7월 17일, 우리학교 학우 334명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월 13일, 법원은 기성회비 강제 징수를 불법으로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6일 우리학교 기성회는 이에 항소했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지난 2010년부터 국립대 학생들로 인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미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지난달 3일,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대 회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지난 52년 동안 국립대에 존속했던 기성회비가 등록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한편 전국의 국공립 대학들은 국립대 회계법이 가결되기 전에 기성회비의 동액을 ‘등록예치금’으로 징수했다. 이는 지난 1월 22일 전국국공립총장협의회(이하 국총협)에서 기성회계 대체원으로 결정한 임시 징수 방식이다.
우리학교 제28대 총학생회 반올림(이하 총학)은 지난달 2일 오후 1시에 학생회관 앞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과의 연합 하에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의 기성회비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이어 3일 등록예치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 기성회비 의무 납부, 불법으로 판결나
국립대의 기성회는 부족한 교육시설과 운영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 후원회 성격으로 발족됐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받지만, 등록금의 범위에 입학금‧수업료 외에 기성회비도 포함돼 있어 이를 일괄적으로 납부해 왔다.
2010년 11월 17일 국립대 학생 4219명이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제기한 이래, 2012년 1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성회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으며(1심) 2013년 11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기성회비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기성회비의 불법적 성격을 못박았다(2심). 이제 최초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은 대법원의 3심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법원은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는 기부금의 일종이기 때문에 강제징수는 부당하다”며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성회비는 기성회의 목적 사업 수행을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국고회계의 예산 편성에서 발생한 부족분인 대학 교직원 인건비‧공공요금‧부서에 필요한 경비가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 이는 본래 교육부가 국립대에 지원해야 할 부분으로, 학생‧학부모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법적 근거를 지니고 있지 않다.
우리학교 학우들은 지난 2012년 5월 21일에 서울대학교 등 11개의 국립대와 함께 각자의 기성회를 피고로 해 1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으며 작년 11월 11일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1월 26일 우리학교 기성회는 판결에 항소했으며 이에 2심이 접수돼 계류중이다. 이어 우리학교 학우들로만 구성된 334명은 작년 7월 17일 우리학교 기성회를 상대로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대한 종전 법원의 판결을 반복해 제시했으나 지난달 6일 우리학교 기성회는 이에 항소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소송을 진행한 이슬기(교육학과‧13) 총학생회장은 “기성회비를 의무적으로 납입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으로 인건비나 공공요금, 기타 필요한 경비까지 학생들이 담당하는 현실에 반대해 국공립대를 지원해 달라는 취지에서 소송을 시작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 국립대 회계법의 등장
기성회비 반환 소송의 최종 승소가 예측됨에 따라, 작년 2월부터 국회에서는 기성회계 대체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총 3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논의를 통해 국립대 회계법이 최종안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이는 지난달 3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13일부터 시행됐다.
국립대 회계법의 핵심 사항으로는 ▲국립대학 운영 경비 총액 지원 ▲재정위원회 설치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 통합 등이 있다. 기존에 국립대의 재정 지원이 분류된 항목에 따라 각각 지급됐다면, 앞으로 국가는 국립대학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총액으로 지원한다.
국립대 회계법 제2장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국립대는 재정 및 회계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각 학교마다 재정위원회를 둔다. 재정위원회의 위원은 11명 이상 15명 이하로 당연직위원과 일반직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일반직위원을 과반수로 둔다. 일반직위원에는 교원, 직원, 재학생을 각각 2명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
제3장 제11조 제1항은 ‘각 국립대학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과 대학의 자체수입금(입학금, 수업료 등)을 통합‧운영하는 대학회계를 둔다’고 명시하는데, 이는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의 처리를 각각 독립적으로 운용했던 이전에 비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로부터 총액으로 지원비를 조달받고,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가 통합된 교비회계 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재정이 확대됐다.
한편 기존 등록금의 3.8% 이상을 인상시키지 않도록 하는 등록금 상한제를 2015학년도 등록금에 한해 적용시키지 않는 부칙을 뒀다. 이에 따라 올해 각 대학은 비국고회계에 속하는 수업료를 제한 없이 인상할 수 있으며 기존 기성회비와 같은 금액으로 수업료를 인상해도 법안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로써 기성회비의 동액이 그대로 수업료로 전환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리학교는 특수목적대학교로 입학비와 수업료가 100% 면제되는 대학이었으나, 국립대 회계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업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설치령이 개정됐다. 지난 1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한국교원대학교 설치령」 개정안에 따르면, ‘수업료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업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된다’로 변경됐다.
교대련과 우리학교 총학은 보도자료를 통해 “애초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의미는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였고, 법원에서 소송을 했던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회계법은 법원 판결을 엎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 올 상반기, 기성회비 대신 ‘등록예치금’ 고지돼
기성회비를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것은 불법으로 판결났다. 그러나 우리학교를 비롯한 국립대들은 대체 법률이 제정될 것을 전제한 채 ‘등록예치금’이라는 새로운 명목을 내걸어 기성회비와 동일한 금액을 고지했다. 이는 임시적으로 기성회비의 재원을 대체한 금액이며, 지난달 18일 대학본부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국립대 회계법의 시행으로 향후 등록예치금의 명칭을 등록금으로 변경해 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등록금 납입기한이 도래할 당시는 아직 기성회계의 재원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육부는 기성회비와 동일한 금액을 등록금으로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요구를 따라 종전 기성회비만큼의 예산이 등록금 항목으로 징수되면 그 예산은 국고로 예속되고 대학은 이를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국총협은 ‘등록예치금’이라는 새로운 명칭의 납부 방법을 고안했다. 대학본부는 국립대 회계법이 가결되기 전까지 등록금을 일시적으로 예치해 뒀다.
그러나 등록예치금이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 그리고 법안이 가결되기도 전에 이를 적용시킨 것이 편법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민변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앞선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결났듯이, 등록예치금도 법률적 잣대를 들이민다면 고등교육법에서 명시한 납부금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을뿐더러 불법으로 판결난 기성회비와 그 목적 용도가 매우 유사하다.
한편 지난달 발부된 등록예치금 고지서에는 한국교원대학교 설치령의 ‘수업료 면제’ 항목이 ‘수업료 전부 또는 일부 면제’로 변경됨에 따라 면제되는 수업료가 표기됐다. 총학이 지난 2월 확대운영위원회에 배포한 등록예치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설치령 개정 전에 있었던 기획재정부와의 합의로 기존에 면제되던 부분은 계속 지원받는 형태로 지속되나 국립대 회계법이 통과되고 난 뒤에는 면제되는 금액이 아닌 수업료의 인상이 전망된다.
◇ 국립대 회계법과 등록예치금에 대한 우리학교 학우들의 반발
국립대 회계법 통과를 전후로 해 우리학교 학우들은 여러 형태로 기성회비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반발의 움직임을 보였다. 총학은 지난달 2일 오후 1시에 우리학교 학생회관 정문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의 기성회비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교대련의 제의 하에 전국의 교대련 소속 대학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이다. 총학은 성명서를 통해 “국공립대의 재정 부담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국립대 회계법을 반대하며, 국가가 설립‧운영의 주체인 국립대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불법 기성회비를 합법화하는 국립대 회계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총학은 민변 교육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더불어 등록예치금을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지난달 3일 우리학교 학우 73명을 원고로 해 등록예치금 반환소송을 국립대 최초로 제기했다. 등록예치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국립대는 우리학교가 유일하다. 소송은 민변의 공익소송 담당자이자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진행했던 하주희 변호사가 맡았으며, 등록예치금 반환청구 소장은 3일 오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됐다. 원고 1인당 소송 가격은 9200원으로 책정됐으며 이는 인지액(법정 수수료)와 송달료(우편 비용)만이 포함된 금액이다. 등록예치금 반환 소송을 학내에 공론화시킨 이슬기 총학생회장은 “본 소송은 단지 등록예치금을 돌려받겠다는 뜻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며 국립대 지원 부족에 대한 인식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겨있는 명분적인 소송이다. 이러한 부분이 왜곡되거나 오해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며 등록예치금 소송의 의의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