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3. 11. 11
지난 5일 도서관에서 주최한 독후감 및 도서관 체험 수기 수상작 중에는 ‘한 손에 잡히는 창조과학’을 읽고 쓴 독후감(이하 수상작)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창조과학’이라는 것은 의사과학(사이비과학)으로 분류된다. ‘창조과학’이 의사과학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재현 불가능한 실험을 증거로 내세우거나 검증 및 반증이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 허황된 소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과학적인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선정한 수상작 원문에도 이런 허황된 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과학적으로 옳지 않은 부분은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만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창조론’이라는 단어는 신학적, 철학적인 부분에서는 옳은 단어일지 모르나 과학적인 부분에서는 틀린 단어다. 과학적으로 ‘창조론’이라는 말은 과학적인 토대가 없는 망령 같은 말로 창조설 또는 창조설화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두 번째로 수상작 원문에서 ‘창조론이든 진화론이든 기원논의는 진정한 의미에서는 두 가지 모두 믿음체계’라고 하고 있다. 확실히 창조설화는 믿음체계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황된 소리지만 그것을 믿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진화론은 과학적 증거가 있는 과학 이론이다. 최근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창조과학회’라는 사이비과학집단에서 마치 자신들의 허황된 소리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양 저작물들을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계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전단지에 불과하다.
세 번째로 자신들 마음대로 과학적 이론들을 격하시키고 깎아내리고 있다. 수상작 원문에 나오는 것과 같이 빅뱅이론을 ‘빅뱅설’이라고 칭하고 있다. 창조설화를 믿는 사람들에게 빅뱅이론이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을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법칙이나 사실은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연을 나름의 과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나간다. ‘빅뱅설’ 외에도 수상작은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로 진화론을 깎아내리는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설령 진화론이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창조설화가 옳다는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진화론을 어떻게 하면 깎아내릴 수 있을지 궁리하는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네 번째로 수상작 원문에 ‘진화론이 생명의 기원과 관련하여 HOW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WHY에 대한 물음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구절이 있다. 과학이 ‘WHY에 대한 물음’에 답을 주지 않는 것은 진화론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이론이 그렇다. 과학이론, 특히 자연과학의 이론은 자연의 제 현상에 대한 설명체계다. 진화론을 읽을 때 앞으로 장래를 어떻게 계획하고 아이는 어떻게 키울 것인지 인생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창조설화를 믿는 사람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진화론이 인종차별, 나치즘, 제국주의 등에 큰 영향을 준 사상이며 오늘날의 학교폭력, 왕따, 자살, 성형수술, 우월한 유전자 등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다. 진화론이 나쁘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나치, 제국주의자들이 진화론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또 학교폭력이나 왕따, 성형수술, 우월한 유전자와 같은 것들이 진화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추론이다. 친구를 진화가 덜 된 동물로 보아 학교폭력을 가하고 성형수술을 하면 진화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발상에 놀라울 뿐이다. 아마 도서관에서 이 부분을 보고 창의성 점수를 높게 주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사이비과학에 관한 책을 읽고 쓰여진 독후감에는 사이비과학에 관한 책만큼이나 허황된 소리가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칼 구스타프 융 박사는 1940년대에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설화를 믿는 사람들을 향해 ‘쇄신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 바 있다. 창조설화를 믿는 사람들의 병이 빠른 시일 내에 쾌유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